- 먼 그대에게 /권태원 프란치스코 -
나 그대를 기다리다가 이제는 한 방울의 눈물이 되었습니다.
사랑은 눈물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나는 아직도 믿고 있습니다.
외로우면 아무도 없는 눈길을 걸어 가십시오.
걸어가다가 실컷 울어도 좋습니다.
울다가 한 방울 눈물이 되어도 좋습니다.
그대가 그리워서 오늘도 길을 떠나야 합니다.
쓸쓸하면 비 내리는 들판을 걸어 가십시오.
걸어가다가 실컷 노래를 불러도 좋습니다.
노래하다가 폭포가 되어도 좋습니다.
아무도 나를 위해 울지 않을 때 나는 깊은 골짜기로 떠납니다.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촛불을 켜고 착하게 살기로 맹세합니다.
아무도 나를 위해 사랑하지 않을 때
나는 물가에 앉아서 아름답게 살기로 기도합니다.
잘 가라. 차라리 사랑이 인간적인 것이라면 이별도 인간적인 것입니다.
우리 헤어져도 울지 맙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만나자고 약속은 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처음으로 내가 사랑한 사람이었습니다.
첫 눈이 내리는 간이역에서 만나
함박눈이 내리는 강가에서 헤어지던 날입니다.
갈 길은 멀고 눈사람도 없는 겨울 밤,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나야 할 때에 헤어지고 그래도 사는 날까지 살아보겠다고
서러울수록 새 봄을 기다렸습니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성당의 새벽 미사 종소리가 멀리 울려퍼지기 전에 나는 울고 있습니다.
그대 끝없는 그리움이 사랑의 아름다운 죄를 지었습니다.
나 그대를 끝없는 외로움의 바다로 초대합니다.
이제 그대 삶의 깊은 계곡에서
나의 사랑보다 더 독한 사랑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은 밤길 홀로 헤매이는 한 마리 사슴처럼
눈빛 투명하게 깊어가는 눈물 한 방울이 되어
그대의 하늘 푸른 초원 위를 다시 또 헤매일지도 모릅니다.
첫 눈이 약속도 없이 내리는 날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는 비 내리는 가을 날에도
아무도 우리들 사랑의 외로운 장막을 걷지는 못하리라.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이 다니던
깊어가는 가을 저녁의 골목길의 한 모롱이를 돌고 있습니다.
마침내 그대의 집 근처를 길잃은 사슴처럼
오늘 밤 나는 또다시 하이에나가 되어 헤매이리라.
나홀로 쓸쓸하게 밤을 환하게 밝히면서
불꺼진 실내 포장마차의 눈 내리는 유리창에다 대고
그대의 이름을 피묻은 그리움으로 적어보리라.
그대여, 우리 모두 너무나 먼길을 달려왔구나.
어느 먼 깊어가는 폭설이 허리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지리산 왕시루봉 폭포 앞에서 그대 이름 석자를
목이 터져라 불러대며 그대를 생각합니다.
살아서 만나지 못하는 아름다운 그대 얼굴을 내가 죽어서도 사랑하리라.
내가 죽고 또 한 번 죽어서라도
그대의 이름을 산천초목이 쩌르렁 쩌르렁 울려퍼지도록
목청이 터져라 불러보리라.
폭포가 되어서 그대 가슴 바다에 흐르는 물이 되어 꼬옥 닿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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