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이야기/참거래 농민장터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1. 6. 21. 12:46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바람넝쿨장미-낙동강 3

 

정숙

 

  

  아흔 여섯 해, 근 한 세기를 순응하다 흔들리며 분노하며 용서하며

   

  살아온 강물 오늘도 삐그덕 삐그덕 자신의 낡은 풍차를 돌리고 있다

   

  '너거 아부지는 마실에 숨어있고 혼자 아아들 셋 데리고 고 외딴 과수원에서 자는 한 밤중 총칼 든 빨갱이들이 우루루 몰려와 총구 들이밀며 돈을 요구했지 빨갱이는 아주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까운 동네 아는 사람이었어 나중엔 총구 내리며 돈을 요구했지 얼마 전 홍수에 떠내려간 세간 살 돈인데 이것뿐이라며 그 당시 큰돈이었는데 오백 원 내 놓으니 모두 고맙다며 돌아가더군 그 이튿날 옆집에 그들이 나타났을 때 주인이 엉덩이 밑에 돈 깔고 앉아 주지 않았더니 불을 질러버렸지 하는 수 없이 과수원을 버리고 마실로 이사했는데 그 집지킴이 구렁이들이 따라 들어온 걸 삽으로 대가리 몽창몽창 다 잘라 불에 태워버리더니 그 집이 폭삭 망해버리더라 난 나중 경찰한테 당당하게 말했어 돈을 주지 않으면 내가 내 자식이 죽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후유! 까딱 잘못하면 빨갱이 도왔다고 총살당할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운이 좋았지 좋았어'

 

   한 깊은 강물의 피맺힌 한숨을 오지랖 넓은 오월 바람이 넝쿨장미 가지마다 붉게 핏빛으로 토해 놓는다

 

   

 

 

-출처 : 문학웹진 문학마실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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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잊지 말아야 할 사건 중 하나다

그릇된 생각과 독선으로 빚어진

아픔의 나날들

그 응어리는 아직 매듭을 풀지 못했다

이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낯선 이야기고 풍경이겠으나

사실은 사실이고 세상이 다 알아서

부정은 아픔만 더 크게 한다

이 지구에서 가장 못난 존재가 사람이고

사람 중에 가장 못난 사람이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사람 죽이기를 밥 먹듯이 하는 인간이다

그 곁에 빌붙어서 사는 벼룩이들의 부추김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좌우가 어디 있겠나

생명 앞에 이데올로기는 쓰레기보다 못하지 않은가

세월이 흘러 판정은 이미 끝났는데

아직도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니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나 짓은 버려야 한다

우리뿐 아니고 세상 어디에도

이것은 지켜져야 한다

사람이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때는 바람 앞에 등불이었고

바람의 흔들림에 혼절도 해봤지만

넝쿨장미 같은 질긴 삶의 아픔은, 이제

뇌리에서 지워지길 기원한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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