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써보렵니다
청하 권대욱 永遠에 보낼 편지를 써보렵니다 멍든 가슴에 갈무리된 기억 꺼내어 미농지만큼 얇아진 상념의 여백에 펼쳐 별 닮은 먹물로 글자 헤아리며 쓰렵니다 실타래처럼 풀렸던 사랑의 열기로 탐욕의 도시는 헛그림자로 도열하고 있습니다 내 영혼에 쌓았던 바벨탑도 흑백필름 속에서 무너지고 기억해왔던 것, 모두가 무상을 일러주나 봅니다 초라한 내 이름은 어떻게 기억될는지 어제를 꺼내 또 펼쳐보아도 오지 않은 내일을 더듬어보아도 무엇을 적어야 할 것을 잊은 삶의 여백, 미완의 생애라지만 永遠에 보낼 편지이기에 꼭 써보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