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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통신1810호) 가을엔 편지를 써보렵니다/권대욱

은빛강 2011. 11. 20. 09:01

가을엔 편지를 써보렵니다


청하 권대욱

永遠에 보낼 편지를 써보렵니다

멍든 가슴에 갈무리된 기억 꺼내어
미농지만큼 얇아진 상념의 여백에 펼쳐
별 닮은 먹물로 글자 헤아리며 쓰렵니다

실타래처럼 풀렸던 사랑의 열기로
탐욕의 도시는 헛그림자로 도열하고 있습니다

내 영혼에 쌓았던 바벨탑도
흑백필름 속에서 무너지고
기억해왔던 것, 모두가 무상을 일러주나 봅니다

초라한 내 이름은 어떻게 기억될는지
어제를 꺼내 또 펼쳐보아도
오지 않은 내일을 더듬어보아도
무엇을 적어야 할 것을 잊은
삶의 여백, 미완의 생애라지만
永遠에 보낼 편지이기에 꼭 써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