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자동차

삼각별의 로드스터, 벤츠 뉴 SLK

은빛강 2012. 4. 13. 22:38

[시승기]삼각별의 로드스터, 벤츠 뉴 SLK[28]

메르세데스 벤츠 SLK가 3세대로 거듭났다. 코드명 R170으로 1996년 출시된 1세대는 경쟁인 BMW Z4와의 차별화를 위해 하드톱이 채택됐다. 덕분에 풍절음이 줄어 정숙한 로드스터로 주목을 끌었다. 2004년 등장한 2세대는 SLR 맥라렌을 연상시키듯 앞으로 길게 내뻗은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해 차분함과 공격성을 동시에 표출하는 얼굴로 3세대 변화를 완성했다.





디자인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공격적이다. 그나마 2세대에 비해 뾰족한 보닛은 다듬어졌지만 벤츠를 상징하는 삼각별이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큼직하게 자리잡아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하게 드러냈다. 규모가 작은 시장에서 주목을 끌기 위한 방편으로 브랜드 부각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릴을 좌우로 최대한 늘리되 위아래 분리가 명확해지도록 경계선을 두텁게 했다. 헤드램프 또한 정직해 보이지만 은근히 정체성이 강조됐다. 주간 주행등의 LED는 안전 뿐 아니라 멀리서 보았을 때 존재감을 더해주는 요소다.

측면은 뒤가 치켜 올라가 있다. 역동적으로 보이기 위한 선택이다. 톱을 열었을 때보다 닫았을 때 하이 데크는 더욱 선명해진다. 전반적으로 작은 로드스터여서 유려함보다 단단함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뒷모습도 많이 다듬어졌다. 그러나 2세대와 비교해 변화폭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낮고 넓어 보이도록 램프 구성이 좌우로 가급적 넓게 포진했을 뿐이다.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색감은 메탈릭이다. 은색을 상징으로 삼는 벤츠의 아이덴티티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D'형으로 설계해 스티어링 휠의 조작성을 높였고, 주로 많이 잡는 9시와 3시 방향은 볼륨을 넣어 잡는 힘을 높이도록 했다. 일반 주행 때는 모르지만 스포츠 주행을 할 때 그립이 순간적인 스티어링 휠 조작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세심하게 배려한 셈이다.

반면 계기판은 기본 은색의 범주에서 약간의 변화가 부여됐지만 역동성을 체감하기엔 2% 부족한 느낌이다. 벤츠 로드스터 이용자로 젊은층은 물론 장년층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겠지만 조금 더 타협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게 사견이다.



▲ 성능&승차감
3세대 SLK 200에는 1,796㏄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있다. 최대출력은 184마력(5,250rpm)이다. 1,800rpm부터 27.5㎏.m의 최대 토크가 발휘돼 4,600rpm까지 유지된다. 제원표 기록으로 0-100㎞/h는 7초가 걸리며, 최고 시속은 237㎞다. 물론 직분사와 터보, 그리고 가변식 밸브가 적용된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덕분에ℓ당 11.6㎞의 효율을 공식 인정받았다.



뒷바퀴굴림 방식에 변속기는 자동 7단이다. 주행모드는 '노멀(D)', '스포츠(S)', '수동(M)'을 선택할 수 있고, 연료탱크는 70ℓ다.












키를 홀더에 넣고 돌리면 시동이 걸린다. 로드스터의 특성에 따라 정숙성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공회전 때 엔진 배기음은 차분하다. 지붕을 닫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내달렸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스프린터 같은 펀치력은 부족하지만 가속이 어렵지는 않다. 순간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선택하니 변속 범위가 달라지면서 속도에 확실히 탄력이 붙는다. 이 때는 배기음도 묵직해지면서 마치 레이스 트랙을 달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짧은 차체와 노면에 밀착된 타이어가 고속 코너링에 자신감을 부여한 덕분이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다소 심하게 돌려도 든든하게 받쳐준다. 폭발적인 성능보다 로드스터는 오히려 스티어링 휠의 반응에 충실히 따라주는 점이 매력이다. 작은 차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잠시 정차한 뒤 바리오 루프를 개방했다. 정확하게 시간을 재지는 않았지만 완전 개방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블루투스 오디오로 음악을 연결한 뒤 다시 페달을 밟았다. 오픈 로드스터라는 점에서 오디오 성능은 대단히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하나다. 개방 주행 때 바람소리에 오디오 음량이 묻히거나 음질이 흔들리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 로드스터는 오디오 음량에 상당한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물론 3세대 SLK도 마찬가지다. 시속 100㎞에서도 바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음질이 또렷하다. 카오디오로 유명한 하만 카돈 제품이 적용돼 있다.


다소 찬 바람이 불어 쌀쌀했음에도 운전할 때 차가운 느낌은 없다. 목 뒤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에어 스카프 기능이 있어서다. 말 그대로 공기가 스카프처럼 목을 감싸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에어 스카프는 열선 시트 옆에 버튼이 부착돼 있어 공조와 별개로 사용이 가능하다. 특이한 것은 헤드레스트 뒤에 부착된 투명의 플라스틱이다. 에어가이드(Airguide)로 불리는 것으로, 지붕을 개방하고 주행할 때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의 양을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특히 머리 쪽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소음을 줄여준다. 주행할 때 사용해보니 체감상 효과가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없는 것보다 낫다는 느낌은 가질 수 있다.


▲ 성능&승차감




3세대 SLK의 가격은 6,750만원이다. 2인승 오픈 로드스터로선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국내에도 점차 로드스터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로드스터도 점차 브랜드에 따라 계층이 형성되는 중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라디에이터 그릴에 삼각별 엠블렘을 상당히 크게 배치한 것도 브랜드로 로드스터의 차별화를 시도한 전략이다. 따라서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것도 따듯한 봄날 개방감을 만찍하려면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