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속 외침

[특집/봉헌 생활의 날]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종신서원식

은빛강 2010. 1. 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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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봉헌 생활의 날]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종신서원식

세상에선 죽고, 당신 안에서 영원히... 면형 무아의 삶으로... 거룩한 봉사의 삶 서약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은 '봉헌 생활(Vita Consecrata)의 날'. 수도자를 비롯한 모든 봉헌 생활자들이 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온전히 봉헌하는 참 의미와 그에 따른 소명을 되새기는 날이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6년 권고 「봉헌 생활」에서 "교회 사명의 결정적 요소인 봉헌 생활은 '그리스도인 소명의 내적 본질'을 나타내기에 교회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며 봉헌 생활자들이 새로운 열정으로 사명을 수행해주기를 촉구했다.

 '봉헌 생활의 날'을 앞두고 거행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종신서원예식을 통해 바치는 삶과 비우는 삶, 결국은 자신마저 없어지는 무아(無我)의 삶, 그 의미와 사명을 거듭 새긴다.


 
▲ 올해로 수도원 입회 50주년을 맞는 이팔종(토마스) 수사가 종신서원자들을 껴안으며 감격에 젖었다.
복음적 완덕을 향해 나아가는 후배 수도자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새삼 눈물이 나는 듯하다.
성체성사의 은총을 무수한 덕행으로 꽃피게 하시길, 성자의 발자취를 더욱 충실히 따르도록 해주시길, 교회와 수도회에 한층 사도적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기를 기도한다.
 


 
▲ 종신서원자 7명이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안에서 하느님 은총과 성모 도우심, 한국 모든 순교성인들 전구에 힘입어 면형무아의 삶을 살고자 정결과 청빈, 순명을 서원하며 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바치고, 또 바치고, 더 이상 바칠 것이 없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봉헌을 완성한 곳. 자신을 태워 사방을 밝히는 촛불처럼 자신을 태워 없애면서 오롯이 몸과 마음을 봉헌한 순교자들의 넋이 밴 순교성지.

 그 순교 터전이 특별히 한국 순교 성인들에게 봉헌 생활자들을 축복해 주기를 기원하는 성인호칭기도로 가득찼다.

 한강변 칼바람이 유난히 매서운 25일 서울 이촌2동 199의 1, 새남터성당 제대 앞에 박준현(루카) 수사 등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수사 7명이 엎드렸다.

 순교성인들 전구에 힘입어 빵의 형상으로 오셔서 자신을 내어주는 그리스도처럼 '면형무아(麵形無我)'의 삶을 살기 위해서다. '죽기까지'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자신을 내어놓고 버리고 바치는 순교의 삶을 약속하는 자리다.

 수도자들의 얼굴은 기쁨과 희망으로 충만했다. "네, 여기 있습니다"하고 큰 소리로 답변하며 제대 앞으로 나오는 서원자들의 목소리가 힘찼다.

 주례 사제인 황인국(서울대교구 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 몬시뇰과의 문답, 성인호칭기도, 서원문 낭독, 종신서원 표지 수여, 회원 인정 선언으로 이어지는 종신서원 예식은 아름다운 성소에로 불러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는 찬미 노래와도 같다.


 
▲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수도자 7명이 제대 앞에 엎드린 가운데 서울대교구 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 황인국 몬시뇰과 전 공동체, 수도자, 평신도들이 종신서원자들에게 당신 축복의 은총을 자비로이 내려주시고 거룩한 결심을 견고케 해주시길 청하며 성인호칭기도를 바치고 있다.
 

 
▲ 종신서원자들이 정결과 청빈, 순명의 삶을 살 것을 서원하자 부모들이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물, 콧물을 훔치며 감격에 젖어있다.

 검은 수도복으로 머리와 전신을 감싼 수도자들. 세상에 대해서는 죽고 주님 안에서는 살겠다는 표지다.

 정결, 청빈, 순명…. 황 몬시뇰은 서원자들에게 서원 삼덕을 상징하는 도포를 종신 서원의 표지로 수여한다.

 흰 도포를 건네는 황 몬시뇰의 목소리가 숙연하다.

 "이는 서원 삼덕을 상징하는 도포이니, 이 옷을 받아 입으십시오, 모든 덕을 입고, 특히 세 송이 꽃을 피워 성삼위께 삼향의 영광을 드리기 바랍니다."

 이윽고 총원장 황석모(요한 세례자) 신부와 선배 수사들이 서원한 수사들에게 도포를 입혀줌으로써 이들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정식 회원이 된다.  종신토록 기도로써 하느님을 찬미하고 공동체에 완전히 일치해야 하는 거룩한 봉사의 삶을 서약한다. 인간 의지만으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 하느님께서 큰 은총을 주시도록 한국 순교성인들께 거듭거듭 전구를 청한다.


 
▲ 서울대교구 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 황인국 몬시뇰이 서원 삼덕을 상징하는 흰 도포를 종신서원 표지로 수여하고 있다.
 

 
▲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종신서원자 7명이 부모 및 가족들과 함께 제대 앞에 나와 종신서원에 함께한 평신도들, 수도공동체와 수도자들, 성직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2003년 입회, 7년 만에 종신서원을 하게 된 지강원(다니엘) 수사 또한 '하늘 나라 때문에'(마태 19,12) 자신을 봉헌했다. 그리고 고요와 침묵 속에서 하느님만을 위해 살고 기도에 항구하며 공동체와 일치하고 자신의 사도직에 충실할 것을 서원했다.

 "죽을 각오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의 종신서원 소감을 전한 지 수사는 "약한 자 안에서 당신을 드러내신다는 말씀이 저를 두고 하신 말씀 같다"며 공동체에 기도를 청했다.

 황 몬시뇰도 강론을 통해 "약함 자체를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끝까지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굳건하게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도록 한국 103위 순교성인들께서 전구해 주시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글=오세택기자sebastiano@
사진=전대식 기자 jf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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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2010.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