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향기/사랑의 향기

모현의료센터에 1억 원 기증한 고복자 할머니

은빛강 2010. 2. 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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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복자 할머니는 매주 모현의료센터를 방문해 화초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제 작은 힘으로 남을 도울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힘이 있는 그날까지 봉사를 하며 살고 싶습니다."
 
 '행당동 고물 할머니'(1996년 7월 7일자 보도)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고복자(마리아) 할머니가 1월 29일 경기 포천 모현의료센터에 전 재산 1억 원을 기부했다.
 
 20여 년 전, 폐지, 빈병, 깡통 등 고물들을 주워 팔아 모은 돈 전부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쓴 고복자 할머니. 심장, 무릎, 허리… 어디 한 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던 고씨는 혼자 힘으로 돈을 벌 수는 없었지만 자식들에게 받은 용돈을 한 푼 두 푼 모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을 기탁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오로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았던 고씨는 1986년 세례를 받으며 "남은 여생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고물을 주워 판 돈으로 남을 도우며 살던 고씨는 10년 전 심장 수술로 더 이상 노동을 하기 어렵게 되자 모현의료센터에서 청소, 화초 돌보기 등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10년간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의료센터를 들렀다.
 
 칠순이었던 2002년에는 칠순 잔치를 위해 자식들이 마련한 200만 원을 의료센터에 기부했다. 둘째 아들 김춘석(마르코)씨는 "평생을 고생만 하며 살아왔던 어머니를 위해 칠순 잔치라도 제대로 해드리고 싶었지만 한사코 마다하셨다"며 "잔치 비용을 모두 기부하고 칠순 잔치는 포천의 한 개울가에서 가족이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번 기부가 생애 마지막 기부가 될지도 모른다"며 성금 전달을 서둘렀다. 하루 하루 몸이 쇠약해져가는 것을 느끼면서 기부를 하지 못하고 세상을 뜰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현의료센터를 운영하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관구장 장귀옥 수녀는 "얼마 전 추위가 심했던 날 고 할머니 집을 방문했는데 방 안 온도가 10도가 겨우 넘을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셨다"면서 "아끼고 아껴 마련하신 큰 돈을 기꺼이 기부해 주신 고 할머니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갖고 있는 모든 재산을 다 내준 고씨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모현의료센터에서 봉사를 계속하며 사랑을 실천할 생각이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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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201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