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잡이/문학인의 방

구인환 소설가-현대문학사의 큰 축

은빛강 2010. 4. 10. 08:39

구인환 소설가-현대문학사의 큰 축

오랜 장마 끝에 비가 그쳤다. 아마도 구인환 소설가를 만난다고 하니 하느님도 잠시 길을 비켜주시는 듯 하다.
평소 약속시간을 생명과 같이 여기는 최현근 회장의 습관에 따라 하나 둘 배워가는 나는 지난 번 한일영 박사을 만나러 갈 때 조금 늦어 눈치가 보였기에 아침부터 일찍 나섰다. 서두른 탓인지 대림역에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약 한 시간가량 먼저 도착되었는데 최현근 회장은 벌써 근처에 오고 있다고 하였다.

구인환 박사는 최 회장의 고등학교 은사로 서울사대부고 국어교사를 지낸 바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우리 ‘스토리문학에 대한 열정이 더욱 깊다고 말씀하시는 구인환 박사를 뵙는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설렐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문학지를 만드는 일이 아니면 신문지상에서나 뵐 수 있는 분이지 어디 개인이 쉽게 만나 뵐 수 있는 분이겠는가?



대림역 6번 출구에서 조금 기다리려니 최현근 회장이 도착하였다.
시간이 좀 남기에 우선 가까운 24시 편의점에 들러 인스턴트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하였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니 아침부터 에어컨을 가동하여 시원하였으나 앉아 커피를 마실만한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우선 ‘카페라떼’란 인스턴트커피 두 개를 사 뜨거운 물을 부어가지고 밖으로 나오니 파라솔이 접힌 채 꽂혀있는 둥그런 플라스틱 탁자에 잘 정돈되지 않은 의자들이 간밤의 풍경을 연상하기에 충분하였다. 먼저 의자를 손바닥으로 쓱쓱 문질러  최 회장에게 권하고 나도 대강 먼지를 입으로 불어본 뒤 앉았다. (이하 대담에서 구인환 소설가를 ‘구 소설가, 최현근 회장을 ’최 회장‘, 김순진 발행인을 ’필자‘라 칭한다)

최 회장 : 구인환 선생님은 말이야! 눈가에 조금 주름이 생기신 것 빼고는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뀐 모습이 없이 그대로예요.

최현근 회장은 은사님을 오랜만에 뵙는다는 감회가 남다른지 안경을 벗어 닦으며 한 동안 비구름이 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필자 : 회장님! 이제 가시지요. 약속 시간이 되어가네요.
우리는 다시 계단을 몇 계단 올라 택시 승강장으로 왔다.
최 회장 : 기사님! 구로고등학교 정문 앞에 세워주세요.

택시는 몇 블록을 굽이굽이 도는 듯 하더니 잠깐 만에 구로고등학교 건너편 한 오피스텔 앞에 정차했다.

필자
: 아, 바로 여기네요. 지난해에 한 번 찾아뵌 적이 있는데도 한 번 와서는 잘 모르겠네요.”
최 회장 :그럼, 서울은 거기가 거기 같아서 나는 서울서 50년을 넘게 살아도 아직도 잘 못 찾아가요.”

필자의 말에 최 회장은 격려라도 하는 듯한 억양으로 말을 이었다.

최 회장 : 우리 여기서 좀 기다리지 뭐.

건물 코너에 있는 나무 벤치가 눈에 띠였고 최 회장은 내 손을 이끌며 안내했다.

필자 :도시에도 말이에요. 이런 벤치나 쉴 공간들이 많이 있어야 해요. 서로 자기네 땅이라 우기면서 담장 쌓는 사람들 보면 난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 담장 쌓을 공간 있으면 개방해서 이런 벤치라도 만들면 얼마나 좋아!

최 회장은 특유의 말꼬리 높이기 억양으로 독백처럼 말하였다.

필자 : 이제 올라갈까요?

가까운 구멍가게에서 요즘 웰빙 바람으로 인기가 좋은 알로에 음료 한 박스를 사가지고 최 회장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엘리베이터는 나처럼 건장한 사람 너 댓 명이 타면 부자가 울릴 것같이 좁았다.
엘리베이터는 짝수 층만 운행하고 있었다. 10층에서 내려 한 층을 내려가니 문학과 문학교육연구소란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노크를 하니 구인환 선생은 아직 나오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돌아서려는데 낯익은 老 신사 한분이 손을 내밀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둘이 함께 : 박사님 안녕하세요?

최 회장과 나는 정중히 인사를 올리고 구인환 선생을 따라 연구실로 들어갔다.
구인환 선생이 벽에 있는 스위치를 올리자 사무실은 금방 환해졌다.

필자 : 박사님! 건강하셨어요?

재차 인사를 건네자 구인환 선생은 깜짝 놀라며 내 손을 덥썩 잡았다.

구 소설가 : 아이구, 이게 누구야! 김순진이 아냐!
필자 :네 박사님!
최 회장 : 네, 선생님! 김순진 씨는 우리 스토리문학관의 중요한 멤버였습니다.

최현근 회장이 소개하였다.

구 소설가 : 김순진 씨야 내가 잘 알지. 틀림없는 사람이야. 정말 잘 되었네요. 내가 아끼는 두 사람, 최 회장이랑 김순진 씨랑 둘이 뜻을 맞춘다니까 절말 든든하네요.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게요.


구인환 선생은 최현근 회장의 전화로 누군가와 함께 취재를 오는 것만 알았지 필자와 함께 올 줄은 몰랐다며 나의 손을 꼭 쥐며 선생의 곁에 앉혔다.

필자 : 박사님! 지난달에 월간 스토리문학 창간호를 보내드렸는데 보셨어요?
구 소설가 : 받았지, 근데 난 누가 보냈는지 몰라 책 겉장만 좀 보고 두었더니 자네가 보냈군, 이 사람아 전화라도 좀 하지….
필자 :네, 박사님! 평소 전화도 못 드리고 송구스러워서 두어 달 지나 궤도에 오르면 전화 드리려고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여기 7월호가 새로 나왔어요. 보세요.
구 소설가 : 야, 정말 멋있게 만들었는걸! 최 회장! 내가 지금까지 본 문학지 중에서 가장 예쁘게 만들었어요. 광복 이후 내가 본 문예지 중에 가장 멋진 문예지야!

“정말요. 선생님!”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필자 : 아이구, 제 정신 좀 보세요. 취재하러 왔다가 박사님께서 칭찬하시는 바람에 취재할 생각도 있고 시간만 보내네요. 아까 대림역에서 최 회장님이 박사님은 40년이 지나도 하나도 안  고 그대로라고 말씀하시던데요. 그 건강의 비결이 있으세요?
구 소설가 : 시간이 나면 보라매공원을 한 너 댓 바퀴쯤 산책을 하지요.
최 회장 : 젊으셨을 때 따로 운동하신 것은 없으시구요?
구 소설가 : 어릴 적 고등중학교 때 철봉이랑 연식 정구를 좀 했지요. 말랑말랑한 고무공 있잖아? 그거 정말 재미있거든.
필자 : 철봉이라면 기계체조 말씀이세요?
구 소설가 : 기계체조야 70년대 이후에 나온 말이구, 그냥 철봉에서 물구나무서고 빙빙 돌고 그러는 거 있잖아. 그 땐 내가 철봉 좀 돌면 여학생들이 수군수군 하며 멋지다고 그랬다구….
필자 : 그러시겠어요.
구 소설가 :  연식정구는 흰 반바지 반 팔 차림에 맑은 날 때리면 ‘팡!’하고 터지는 맑은 소리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모른다구. 장항 농업중학교 때 연식정구 선수였는걸….

선생은 옛 생각을 회고하며 자랑스레 말씀하였는데 그 모습에선 아직도 소년의 모습이 배어나오는 듯 하였다.

필자 : 박사님!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구 소설가 : 1929년 생이니까 우리나이로 76세지요.”
최 회장 :아이구, 그렇게 연만하신데도 환갑장이처럼 젊어보이시네요.
필자 : 선생님 가족 좀 소개해 주세요. 실례지만 본이 어디세요?

구 소설가 : 우리 구(丘) 家는 본이 하나에요. 平海丘氏! 고구려 소수림왕 때 공자의 후손 丘 장군과 黃 장군이 일본에 사신으로 가다가 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풍랑을 만났어요. 그래서 경북 울진 지방의 평해라는 곳에서 정착을 하였는데 둘은 의형제를 맺어서 지금도 서로 결혼하지 않는다우. 평해 구씨와 평해 황씨, 두 본의 시조이지요. 이후 시조로부터 17세 손인 안장공(安長公) 從자 直자 할아버지께서 대사헌을 지내셨는데 중시조로 봐요. 그 할아버지께서 내 고향인 서천에 처음 오셨지요. 시흥에 안장공 사당과 대 시조의 묘가 있는데 가을 음력 동짓달 초하루(11월1일)이 온 종손들이 모여서 제를 올리는 날이지요.
필자 : 박사님! 사모님은 생전에 계시구요?
구 소설가 : 그럼요. 해주오씨(吳順禮)로 나하고 동갑이에요.
최 회장 : 슬하에 자제분은요?
구 소설가 : 1남 3녀를 두었는데 맏딸 재옥(在玉)이는 서울사대부고를 나와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를 하고 있고, 그 사위이름은 김영평인데 고려대 행정학 교수를 하고 있어요. 둘째는 아들 재필(在弼)이인데 서울사대부고 23회로 모두 최 회장의 후배이지요. 지금 썬루프 사장을 하고  있구요. 그 아래 셋 째 재연(在娟)이는 중학교 교사로 있는데 희곡작가로도 활동하고 교단극단을 만들어 10회나 상영했는걸요. 사위 조충현은 한전에 근무하고 있지요.
최 회장 : 우와, 대단하네요. 박사님 피를 이어받아 그런가 봐요.
구 소설가 : 막내 재진(在珍)이는 서울대학교를 나와 한국과학기술교육대학교 교수로 있고 사위 이정현은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대를 나와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로 있어요.
필자 : 정말 대단하시네요. 박사님! 옛날 중종 때 저의 할아버지 한 분은 아들 다섯이 모두 군수 이상을 지내신 분이 있어요. 중종임금이 팔자 좋은 늙은이라며 선물도 보냈다고 하더라구요. 박사님도 자식농사도 잘 지으시고 본인 명성도 얻으시고 정말 팔자 좋은 노인이시네요. 대통령이 상을 내리지 않을까요? 하하하.
최 회장 : 선생님! 글을 쓰시면서 어려웠던 일이 있었으면 무엇이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구 소설가 : 교직에 60년간을 있으면서 순탄한 생활을 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나는 어떻게 하면 순수문학을 지향하면서 문학 속에서 이데올르기를 다루고 사회적 문제를 다뤄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느냐에 고민하였습니다. 사실 누구나 전업 작가를 꿈꿉니다. 내가 얼마만큼 소설 창작에 시간을 낼 수 있느냐에 많은 고민을 했지요.
필자 : 대표작이나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구 소설가 : 단편을 이야기 하자면 「산정의 신화」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숨쉬는 영정」을 꼽을 수가 있어요. 장편으로는 「일어서는 산」이 가장 애착이 가지요. 「산정의 신화」는 잃어버린 낙원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그린 작품이구요. 「일어서는 산」은 해방이후 5년에서 7년 사이에 민초들이 겪는 수난을 그린 작품으로 역사의 회오리에 대응하는 대학생, 지식인의 태도에 대하여 말하려 하고 있어요. 또  「숨쉬는 영정은」6.25동란이후 이산가족의 비극적인 현실을 실담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요. 적십자사에서 만든 면회소에서 동생이 북에 있는 형을 만나러 갔는데 사람이 안 들어오고 영정이 들어오는 실화지요.
최 회장 : 네에, 그거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네요. 주변에 일어나는 이야기가 모두 선생님의 소설에 소재가 되는군요.
구 소설가 : 그렇지요. 작가는 나의 일이든 주변 사람들의 일이든 작가다운 생각과 프로정신으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해결에 접근하려는 작가정신이 필요해요.
필자 : 잘 알겠습니다. 박사님! 지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저도 좋은 소설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사님께서는 국내나 외국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나 영향을 받은 소설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구 소설가 : 내가 가장 영향을 받은 작가를 말하라 한다면 외국에서는 톨스토이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생 때엔 톨스토이 작품을 거의 외우다시피 읽었는걸요, 그리고 국내에서는 이광수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요. 춘원 이광수에 대한 논문도 썼는걸요.
필자 : 그러세요? 박사님! 춘원 선생이 해방 직전에 경기도 광릉에 있는 봉선사에 계셨잖아요? 저희 아버지께서 춘원 선생의 몸심부름을 하는 아이였다고 아버지가 그러시던 걸요.
구 소설가 : 그래요?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필자 : 아버지요? 터基자 면류관 冕자(金基冕)입니다. 지금 73세 십니다.
구 소설가 : 지금 생전에 계신단 말이지? 한 번 꼭 만나 뵈어야겠는 걸요.
연배도 나하고 비슷하시네….

구인환 박사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필자의 아버지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다.

최 회장 : 어쩐지…. 그래서 김 작가가 소설을 쓰는구만!
필자 : 제가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는 야학을 가르치셨는데 집에 저녁마다 동네 사람들이 놀러왔어요. 아버지가 소설책을 아주 잘 읽으시는데 그 때 춘원 선생의 글은 아버지께 다 들은 셈이에요.  아버지께서「무정」이니 「유정」이니 「흙」이니 하는 소설들과 심훈의  「상록수」니 이인직의  「혈의 루」 같은 소설들과 내간체 소설  「장화홍련전」, 「심청전」등을 동네 사람들에게 읽어주시면 사람들은 울다가 웃다가 한참동안 서로의 의견을 떠들던 생각이 나네요. 사람들은 저녁마다 우리집으로 몰려들었고 고구마며 감자를 간식으로 삶아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구 소설가 : 그래요. 옛날 5.16 혁명 직후에는 문맹을 퇴치한다며 동네마다 야학을 많이 가르쳤지요. 혁명공약을 사람들에게 외우게 하기도 하구요.  김 작가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나라가 이만큼 깨이고 발전하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 회장 : 선생님! 요즘에 글 잘 쓰는 사람을 꼽는다면 어떤 소설가를 꼽을 수 있을까요?
구 소설가 : ‘꼽으라면’이야 무수히 많겠지만 나는 이청준 같은 작가를 작가다운 작가, 작가정신이 살아있는 참 작가라고 말합니다. 또 손창섭 같은 작가도 아주 글을 맛있게 쓰면서 속을 후련하게 하는 몇 안 되는 민족의 아픔을 승화하는 작가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필자 : 박사님! 금년 봄에 박사님의 문학비가 서천 고향에 세워졌다면서요?
구 소설가 : 네, 금년 봄에 계간 문예마을과 기벌포문학회가 주축이 되어 송구스럽게도 제 문학비를 세운 것 같아요. 부끄럽습니다.
필자 : 부끄럽긴요. 박사님! 박사님 같으신 문학사의 큰 업적을 남기신 분은 당연히 문학비가 세워져야지요. 하나가 아니고 전국에 군데군데 세워져서 문학을 지향하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 소설가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요.
최 회장 :  고마운 것이 아니라 모든 작가들이 선생님 같으신 열정만 있다면, 선생님처럼 다작하고 좋은 작품 쓰고 왕성한 활동을 한다면 누구든지 문학비가 세워지고 만세에 칭송될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끝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저희「월간 스토리문학」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세요.
구 소설가 : 한국문학의 지침이 되고 지평을 열 수 있는 문학지가 될 수 있도록 견인적인 자세가 필요하고 요구됩니다. 지나치게 상업주의에 흐르지 말 것이며, 또 너무 고루해져서도 안 됩니다. 고루하다는 것은 지나치게 보수나 옛 것을 지향한다는 뜻으로 옛 것을 지키고 새로운 것을 지향해 나가면서 뛰어난 작가를 발굴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또 「월간 스토리문학」이 국민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잡지가 될 수 있도록 좋은 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실어주길 바래요. 그리하여 월간 스토리문학이 우리 문학보급에 선도적 역할을 맡아줄 것을 당부합니다.
첫째는 창작물 발표에 지면을 할애해 주어야 합니다.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게재하여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문예지의 사명입니다.
둘째는 뛰어난 신인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스토리문학 출신 작가들이 우리 문단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길 기대합니다.
셋째는 고전문학의 정리와 연계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대다수 문예지들이 현대문학만을 취급하고 아예 고전문학에 대한 연구나 지면조차 할애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스토리문학에서는 고전문학을 재조명하며 현대문학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면 학문하는 문예지, 연구하는 문예지 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는 오늘 당장의 문학, 오늘만의 문학을 표방하는 잡지가 아니라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잡지가 되길 바랍니다. 그것은 일관된 직업정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조금 어렵다고 해서 지나친 상업주의로 흐르지 말고 조금 잘 되어간다고 해서 자만하지 말며, 언제나 독자와 작가를 같은 범주에서 생각하는 문예지로 ‘좋은 글’이라야만 독자가 모인다는 생각을 저버리면 안 됩니다.

다섯째는 월간 스토리문학이 지속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대인들은 너무도 책을 안 읽습니다. 일반인들의 80%가 서점에 가보지 않고 죽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 말에 가슴을 치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저 시장에 노점하는 사람이나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 노동현장에서 무거운 것을 나르는 사람들이라도 자꾸 책을 건네주어 책 속에서 피로를 풀고 인간이 살고 왔다가는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하여 월간 스토리문학에서 기획하여 지속적으로 독서운동 캠페인을 벌려주기 바랍니다.
필자 : 오늘 이렇게 긴 장마기간 중 잠깐 개인 무더운 날씨에 토요일임에도 일부러 나오셔서 저희 취재에 응해주시니 그 감사함을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다만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문학을 향한 열정만은 부유합니다. 박사님께서 이렇게 지원해주시니 빨리 좋은 문예지로 설 수 있는데 시간이 당겨지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문예지 만드는 것만이 박사님 은혜에 답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염치없지만 빈손으로 가겠습니다. 용서하세요.
구 소설가 : 그래요. ‘없는 것을 없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그러나 ‘없는 것을 채우고 모르는 것을 알려하는 것’은 더욱 큰 용기입니다. 그 용기를 실천하세요. 그러면 월간 스토리문학은 바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최 회장 :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을 두 시간 남짓 듣다보니까 옛날 선생님께서 국어선생님이시고 제가 학생이던 학창시절 생각이 나네요. 선생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두 사제지간에 손을 잡는 모습에서 눈물이 고였다. 점심이나 하시자고 하니 구 박사님은 근처 작은 식당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하였다. 식당엔 그리 손님이 많지 않았으나 깨끗하고 정갈해 보였고 박사님은 얼큰한 고추장을 넣은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대접해 주셨다. 식성에서도 이렇게 민족 음식을 좋아하시니 우리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문학적 지도자답다는 생각을 하며 되돌아 왔다.

다음은 구인환 소설가에 대한 문학가들의 평이다.

그의 몸은 오척단구다. 하지만 그가 해나가는 일들은 수 백 척이나 된다. 우선 그를 소개하자면 무엇부터 소개해야할지 망설여진다. 국어 교육학에서는 그를 교육학 학자로 칭하고 문단에서는 소설가와 평론가로서 받아드린다. 정리하면 그는 학자요 소설가요 비평가인 일인 삼역을 하는 신기의 인물이다. 한 가지를 하기에도 어려운 일인데 그 모두다 최고수준으로 해결하고 군림해 나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칠십을 넘겨버린 육신을 비웃기라도 할 듯  한 치의 조율 없이 젊은 때의 일들을 그대로 소화해 나간다. 나이를 열 살 깎아 불러도 믿기지 못할 정도로 젊다. 학계에서는 석학 교수로, 문학계에서는 원로로 그를 추앙하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펄펄 넘치는 청춘이 남아있다. (강준용 시인)

우리가 <산정의 신화>에서 작가와 더불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심”과 ‘상승’의 상징체계를 통한 현실 극복의 의지와 미래 지향성이다. <산정의 신화>에서의 신화는 아득한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그 소중한 것들이 살아지고 있는 이 때 그것을 다시 보듬고 사랑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田英泰 문학비평가. 중앙대 교수)

그의 창작활동은 주로 단편에 집중되었는데, 1974년에 첫 작품집 <山頂의 神話>를 발표하였고, 뒤이어 76년에 전작장편 <움트는 겨울>을 77년에 단편집 <딩구는 自畵像>을 간행하였고, 그 이후에도 <壁에 갇힌 絶叫>, <촛불 결혼식>, <일어서는 山>, <숨쉬는 影幀>을, 그리고 근년에 장편 <별들의 영가>를 출간하였다. 일반적으로 그의 작품들은 작품집의 제명처럼(물론 이 작품집 제목들은 그의 대표적 단편소설들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형 소설로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항상 열린 가능성, 밝은 내일, 진정한 낙원의 추구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레포트사)

<기벌포의 전설>은 이러한 여러 삶의 방식과 그 주변부터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삶의 마당이며, 궁극적으로 치유자로서의 자연, 그것을 아름다운 강물에 연결시키는 주인공 서 교수의 시각. 이것이 <기벌포의 전설>의 세계관이자 우리들의 삶의 일상을 끌어안은 방식이다. 그러므로 서 교수를 비롯한 그 일행들의 삶 역시 하나의 전설인 것이다. (이용남 문학비평가. 명지대 교수)

작가 구인환은 으레 우리 생활 주변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체험들을 소설적으로 다양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현실적인 삶의 현장이나 여러 대상들을 제재로 삼되 역사적인 사실이나 실제의 삶과 마음의 여울들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문학작품으로 빚어낸다. (李明宰 문학비평가. 중앙대 교수)
<숨쉬는 영정>은 전쟁으로 인한 분단 현실이 불러온 일반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을 획득한다. 분단으로 인해 고향을 상실하고 떠돌이의 삶을 살아가는 형 태규로 상징되는 삶과 이산의 한을 지니고 살아온 동생의 삶의 비극을 그려 50년 분단과 이산의 한을 극대화시켜 이산의 문제를 절규하고 있다.  (임경순 서울대·목원대 강사)

장편소설 <일어서는 산>은 일제 말기라는 그 암흑기를 거쳐 온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다시 한 번 보명해 보인 작품으로써 시골인 근본리를 중심으로 하고 경성을 무대로 벌어지는 민초들의 처절한 수난을 리얼하게 그리고 내일을 꿈꾸는 인고의 생활사를 투시한 대 로망이다.    ( 金良洙  문학비평가 )
장편소설 <동트는 여명>은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현실에서 대학생과 조선 사람들의 처절한 삶의 양식과 민족 해방에의 여명을 꿈꾸는 이상향을 실현하려는 삶을 간결하고 서사적인 문체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시용  문학비평가)

구인환의 중단편집<살아 있는 날들>에는 근작 4편의 작품이 엮어져 주목된다. 이 제품의 표제가 된 <살아 있는 날들>은 91년 《현대문학》지에 발표되어 문제작으로 평판된 바 있다. 이 소설이 기왕의 작품들과 달리 작가 구인환의 자화상을 보여준 생생한 자전적 성향의 소설로서 각별한 감동을 안겨준다. (尹炳魯  문학비평가. 성균관대 교수)

구인환의 작품 세계는 한마디로 인간 생활의 저변을 통한 인간 존재의 해명과 상실한 낙원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고민을 그린 것이다. 간결한 문체 고백체이면서도 3인칭의 주어와 주관적 서술어로 이미지의 전환에 의한 상황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소설미학이 구체화 되어진다. (張佰逸 문학비평가. 국민대 명예교수) 

우리가 <산정의 신화>에서 작가와 더불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심”과 ‘상승’의 상징체계를 통한 현실 극복의 의지와 미래 지향성이다. <산정의 신화>에서의 신화는 아득한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그 소중한 것들이 살아지고 있는 이 때 그것을 다시 보듬고 사랑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田英泰 문학비평가. 중앙대 교수)

<동굴주변>은 이 어려운 시대의 저변인생을 3인칭이면서도 주관적인 표현의 상황 설정의 기법으로 전개된 작품으로 그 시각과 기법으로 봐 또 하나의 신인이 나온 것같이 보여 진다. (白鐵 문학비평가. 전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장)

구인환 소설가의 연보
호는 운당
충남 서천 출생
장항농업중학교 6년 졸업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문학부 국어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수료(문학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수료(문학박사)
숭일고등학교 교사
성동공업고둥학교 교사
서울사대 부속고등학교 교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강사
서울여자대학 조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조교수, 부교수, 교수
한국문인협회 이사, 분과회장, 부회장
한국비교문학회 이사, 감사
한국평론가협회 이사, 부회장
한남대학교 교류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연구소 소장
한국 국어교육연구회 이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현)
국어국문학회 이사, 대표이사, 평의원(현)
한국소설가협회이사, 운영원장, 대표위원, 지도위원(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부회장(현)
몽고 바이칼문화연구소 소장(현)
문학과문학교육연구소 소장(현)
독서능력개발원 이사장(현)

논문과 저서
논문
<작가와 문제>, <현대문학의 특성과 그 동향>, <기법의 혁신과 부정>, <이광수 소설연구>, <황순원소설의 극적 양상>, <손창섭소설의 지평> 등 논문 90여편
저서
문학의 원리, 문학개론, 한국근대소설연구, 한국단편소설의 이해, 이광수소설연구, 근대문학의 형성과 현실인식, 한국근대수필을 찾아서, 문학교육론(공저), 소설창작론, 근대작가의 삶과 문학, 한국문문학사, 신고 문학개론 등 다수
창작과 소설집
<동굴주변>(1960 문예)와 <판자집 그늘>(1961 현대문학)으로 문단 데뷔
단편: <산정의 신화>,<벽에 갇힌 절규>, <숨쉬는 영정>등 160여 편
중편: <입주기>, <촛불 결혼식>,<살아있는 날들>,<용두골 신화> 등 13편
장편: <움트는 겨울>, <일어서는 산>(1.2.3편),<별들의 영가>, <동트는 여명>, <산 밑 사람들>(1.2.3편), <하늘을 가리는 손>,< 불타는 서울> 등 9편
소설집: 산정의 신화, 뒹구는 자화상, 벽에 갇힌 절규, 숨쉬는 영정, 촛불 결혼식, 목마른 사람들, 살아 있는 날들, 프라하의 겨울, 모래성의 열쇠,
수필집: 가을에 온 여인, 흐르는 세월 그리고 소망, 사루비아의 정열로 벽돌을, 날개 접고 우는 새, 한 번 사는 세상인데, 길은 멀어도 빛은 가까이에, 신 서유견문 등과 수필 450편
문학비평: 춘원의 처녀작, 역사적 현실과 허구적 진실, 흙과 사랑의 이중적 성취 등 120편

수상경력
주요섭문학상 1984 한국소설문학상 1987
중화민국 문화훈장 1981 한글문학대상 1989
최우수예술상 1990 서울시문화상 1991
월탄문학상 1992 충청문학상 1993
예술문화 대상 1994 국민훈장 동백장 1995
순수문학 대상 1996 대한민국 문학상 2000

2004년 봄 고향인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에 구인환 문학비가 건립되었다.


월간《스토리문학》 2004.8월호 수록


 

 

김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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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소설가

월간 스토리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문학공원 대표

저서 [광대이야기] 외 7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