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스크랩] 민박民泊

은빛강 2010. 5. 22. 05:21

들녘의 꽃들은
민박이다
엉겅퀴와 개망초와 구절초
쑥부쟁이와 각시붓꽃과 가시연꽃
간판 커다랗게 걸어놓은
화려한모텔도 아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펜션도 아니고
공용으로 쓰는 우물과
화장실 하나만 달랑 지어놓은 곳에서  
낯 모르는 얼굴들이
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깔깔거리는 꽃과
몇 년만에 휴가를 겨우 얻어
어린 것과 손잡고 온 꽃과  
아직도 위기의 나이든 꽃들이
오늘은 평상에 둥그렇게 모여앉아
저마다 가져온 찬을 차려놓고
저녁을 들고 있다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에
달은 벌써 자리 차지하고 앉았고
별들은 하나둘 모여드는데
밤 지나가기 전에
꽃들이 거나하게 취했는지
민박의 불빛이 깜빡거리고 있다

출처 : 구석기와 함께 시(詩)를
글쓴이 : 구석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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