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속 외침

(오솔길통신799호) 작별/정광일

은빛강 2010. 9. 17. 17:23

 

 

작별                                                                            

 

                                                             백공 정광일


 

내가 슬픈 것은 그대가 떠나서 만은 아니네

그대 빈자리를 보며 그리워할까 봐서이지

자네 몫만큼 빈 여백으로 인해 상처받을 영혼들

생각하면 그저 해답 없는 막막함 때문이지

만남과 헤어짐 후 대책없이 남는 정 때문이지


여보게, 아우!

나는 또 한 잔의 가득 찬 눈물 잔을 들었네

자네와 나 형제로 얽혀 정을 나눈 세월 16년

쌓은 것이 태산을 이룬 까닭인가

할 말은 많은데

그것들이 앞 다투어 나오려고 목울대를 막아버렸네


떠나는 영혼인 냥 향, 촛불만 너울 피어오르고

설음 녹인 술 한 잔, 가는 길 목 축이라 놓아둘 뿐

가는 길 잃지마라고 송가를 부르라 하지만

철없는 아이들에겐 웃음거리일 뿐이네


이 세상 힘겨웠을 삶들을 토악질 해내고

등짝에 붙어버린 장기가 힘은 낼 수 있는지

퍽퍽해 돌아 보이는 자리 어디만큼인가


이것뿐이었네 

자네와 나 사이에 남은 것은

언제 마를 줄 모르는 길게 수놓은 눈물

지금 이렇게 급조된 물줄기 마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의 자국뿐

 

아는지 몰라

자네를 그리워하는 저 눈물들

나누려하나 나눌 수 있는 것은 비어버린 자네의 자리

오직 나눌 것 이것뿐이라는 듯

허공에 메아리치는 처절한 이별의 노래


아우여! 편히 가시게

이승의 인연으로 끈 하나 남기노니

이 헌시 들고 가서 한번 따져나 보시게

어린자식들 두고 벌써 데려와야만 했느냐고


  

'침묵속 외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실 옆에서(2)   (0) 2010.09.26
하느님의 뜻  (0) 2010.09.26
소죄에 대하여   (0) 2010.09.17
숨어계신 하느님   (0) 2010.09.17
내어 드리는 것에 더 큰 기쁨을 누림   (0) 201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