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백공 정광일
내가 슬픈 것은 그대가 떠나서 만은 아니네 그대 빈자리를 보며 그리워할까 봐서이지 자네 몫만큼 빈 여백으로 인해 상처받을 영혼들 생각하면 그저 해답 없는 막막함 때문이지 만남과 헤어짐 후 대책없이 남는 정 때문이지 여보게, 아우! 나는 또 한 잔의 가득 찬 눈물 잔을 들었네 자네와 나 형제로 얽혀 정을 나눈 세월 16년 쌓은 것이 태산을 이룬 까닭인가 할 말은 많은데 그것들이 앞 다투어 나오려고 목울대를 막아버렸네 떠나는 영혼인 냥 향, 촛불만 너울 피어오르고 설음 녹인 술 한 잔, 가는 길 목 축이라 놓아둘 뿐 가는 길 잃지마라고 송가를 부르라 하지만 철없는 아이들에겐 웃음거리일 뿐이네 이 세상 힘겨웠을 삶들을 토악질 해내고 등짝에 붙어버린 장기가 힘은 낼 수 있는지 퍽퍽해 돌아 보이는 자리 어디만큼인가 이것뿐이었네 자네와 나 사이에 남은 것은 언제 마를 줄 모르는 길게 수놓은 눈물 지금 이렇게 급조된 물줄기 마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의 자국뿐
아는지 몰라 자네를 그리워하는 저 눈물들 나누려하나 나눌 수 있는 것은 비어버린 자네의 자리 오직 나눌 것 이것뿐이라는 듯 허공에 메아리치는 처절한 이별의 노래 아우여! 편히 가시게 이승의 인연으로 끈 하나 남기노니 이 헌시 들고 가서 한번 따져나 보시게 어린자식들 두고 벌써 데려와야만 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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