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69호 종이강에 그린 詩]-서울을 버린 사랑--박상률

은빛강 2010. 10. 8. 21:15

[제69호 종이강에 그린 詩]

 

 






서울을 버린 사랑

--박상률


동대문 시장에서
일당벌이 지게꾼으로 떠돌았다느니
서울역 앞 골목에서
밑 터진 치마 입고 쏘다녔다느니
우리 이제 그런 얘기 그만하자
널찍한 등짝으로 져 나른 나의 삶이나
통통한 아랫도리로 쓸어 온 너의 삶이나
어차피 눈물인 것은 마찬가지
새벽이면 뜨고
저녁이면 지는 해도
우리 몫은 별로 안된다는 얘기도
이젠 그만하자
난 내 자신을 보듬지 못했고
넌 네 자신을 흘려보내버렸지만
눈물로 새롭게 만난 우리
난 너의 것이고 넌 나의 것이니
우리 이제 서로 힘을 보태
우리, 사랑 노래나 힘껏 부르자
서로가 서로의 자신도 못 챙겼으면서
어떻게
서로가 서로를 챙기겠다는 건지 하는
그런 얘길랑 이젠 하지 말고
힘껏
사랑노래를 부르자
혼자의 눈물은 슬픔이지만
두 사람의 눈물은 벌써 사랑이니
이제 힘껏
함께 입을 맞추자

염병할 것,
사랑을 서울에서만 하란 법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