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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13일 Facebook 이야기

은빛강 2012. 2. 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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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속의 노래-7 [현대소설] - 박찬현


    등록일 2009-03-16 22: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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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지옥의 강 아케른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매료되고 좋아 하는 일을 할수록 그 바다는 조용하며 맑고 깊다. 수면이 얕은 곳은 촐싹이겠지만, 지식이 풍부 할수록 수면은 깊고 일렁임의 움직임은 크다. 그러나 사람이기에 모든 것을 두루 수용하기에는 아무래도 그릇이 벅차다.










    제일상회의 여자의 행동거지가 전 여사에게 미덥지 않고 나날이 눈에 박힌 가시처럼 자라만 가는 것은 그녀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작은 미움이 움터서 어느 새 연장 같은 도구로 제거 해야만 하는 형국으로 서 있다. 그 미움은 사생결단을 내야 할 정도의 분노의 잠재의식이다.



    그녀의 미움과 분노도 그녀를 미움과 분노로 동질성으로 해석해서 받아들이고 있다. 서로가 적개심으로 시간의 틈을 주지 않고 앙금을 품어 가고 있을 뿐이다.



    피아 지옥의 아케른강을 향해 질주를 하고 있다.










    5일 장이 선 날이다.



    전 여사는 칠흑의 밤을 뒤집어쓰고 산발을 한 채 소복을 입은 행태를 입가에 흰 거품을 묻어내며 혈압 오른 벌건 얼굴로 소상히, 낱낱이 모여 든 사람들에게 신문 기사를 읽듯이 외쳐 읊었다.



    몰려 든 사람들은 ‘설마, 그렇게 까지 했을까?’ 라는 언어들이 새어 나왔다.



    통 이해하기 어렵고 그다지 미덥지 않은 전 여사의 언변에 서로들 의견을 나누고들 있었다.



    그러면서 다들 한두 번씩은 제일상회 쪽을 향해 힐끔 힐끔 바라다보았다.



    제일상회 가족들은 마당 좌판 사이에 서 있었는데 자신들을 향해 곱지 않은 눈길을 의식하자 청운상회 쪽을 응시했다.



    포목을 등 쪽으로 지고 반들반들한 마루 위에, 아리랑 담배 갑으로 접어 연결 해 만든 방석에 앉아서 고성방가조로 시장 통을 울려 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했는데 “저 고얀......,” 정씨는 두 손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여자는 그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고 얼굴만 창백할 뿐 표정이 없다.



    정씨는 자신을 스스로 잘 다스리는 것 같았다.



    여느 인간 같았으면 벌써 달려가 멱살이라도 쥐어틀어 잡았을 터인데 그저 자신의 감정만을 다스리고 있었다.



    어쩌면 전 여사가 그렇게라도 덤벼들기를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행태가 벌어진다면 침묵으로 일관 해 오던 것들에 관하여 조목조목 따지려 했다. 상황은 아무래도 자신에게 더 유익 해 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머릿속에 아마도 많은 것을 계산하며 생각 했을 것이다.



    강태공의 부동을 오래 익힌 탓인지 움직이지 않고 생각을 했다.



    ‘무익한 것일 게다.’ 그의 결론이다.



    제일상회 여자와 전 여사 이 둘을 천칭저울에 올려놓고 죄의 무게를 가늠 해 본다면 과연 누구의 죄가 더 빨리 무게 있게 내려앉을 런지는 저울에 올려 놔 보지 않고 장담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단지 배후 조건이 승패를 좌우 할 수 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무게는 모르는 일이다.



    원래 인간의 잔인하고 유치한 면이라고 하면,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기세를 기개 높은 양 떠벌리는 위인들이 그런 종류이다.



    단면으로 보자면 자신은 밀릴 것이 없다는 양, 양양 하지만 털어 보면 그것도 아닌 것이 고성을 연발한다. 그것은 공포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역으로 조용히 다가가 뼈마디라도 부러뜨릴 기세에는 동물적인 본능으로 응대하기마련이다.



    유약한 개일수록 꼬랑지를 내리고 짓기부터 한다. 맹수는 조용히 공격 할 허점을 노리고......,










    전 여사는 장날에 그만큼 떠들었으니 그 밤에도 제일상회 여자가 찾아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더 추악한 몰골을 연출하고 나타 날 것이라는 기대아닌 기대로 밤을 기다렸다.



    밤은 언제나 그랬듯이 세상 모든 것을 검게 칠하고 드러나지 않을 것들에 대하여 관대한 제왕의 모습으로 지구 한 쪽을 가려 주고 있다.



    어둠으로 털려 난 공간이 확장 된 밤은 음습한 활동 영역이 지대하게 광범위한 하 시절,



    그 밤은 어느 날 보다 길었다.



    별들도 명멸 했는지 바람 소리만 소소히 들려 올 뿐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상점 문 쪽에 귀를 바싹 들이 대고 전 여사는 밤을 새웠다.



    동쪽에서 어느 듯 붉은 인주를 풀어 놓은 것처럼 하늘을 물들이며 태양이 고개를 드밀었다.



    뿌연 연무가 밀려가고 잠에서 깬 사람들의 기척이 하나 둘씩 들려 왔다.



    전 여사는 그 제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매일 아침의 일상은 약장을 털고 물 조리개로 바닥에 살살 뿌린 뒤 비질을 한다.



    고운 흙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약국 안도 바깥에도 물을 뿌린다.



    백해무익한 흙먼지를 피해 장이 선 뒷날의 어설픈 곳들을 정리하듯 좀 힘들게 청소를 말끔히 했다.



    아침 상머리에 앉으려는 때, 전 여사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 왔다. 신발은 신지도 않은 채이고 두 손으로 목을 감싸 쥔 채 달려들어 왔다.



    “목이 타! 목이!”



    전 여사는 주저앉아 입을 벌리며 목안을 들여다보라며 황급했다.



    잘은 모르지만 홍희의 아버지는 무슨 약물을 쓰는 듯 했다.



    그리고 뒤 곁에 나가 몸속의 것을 게워 내었다.



    홍희는 아침 끼니를 먹은 기억도 없듯이 그날 아침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아랫목에 드러누워 목을 수건으로 감싸고 절명 해 가듯이 말을 했다.



    전 여사가 양념을 한 간장을 조금 떠먹었다고 한다. 야채를 좋아하는 탓에 밥을 비벼먹을 요량으로 간장독에서 떠온 것에 쪽파와 통깨를 넣어 양념을 한 간장 조금이 목구멍을 넘어가는데 갑자기 온 입안과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장이 서는 날에는 전 여사의 아이들이 뒤 곁 마당 문을 걸어 잠그지 않고 항상 열려진 상태로 놀고 있다.



    어느 집이나 상점을 열고 있는 집들은 식솔들이 뒤 문으로 드나든다. 그렇기 때문에 걸어 잠그는 일이 거의 없다.



    그 틈을 타 누군가 간장독에 작지 않은 분량의 비소를 탄 모양이다.






    전 여사는 장이 선 뒤 날에는 홍희네 집에 오지 않는다.



    전날 장을 보느라 모두들 피곤하기 때문에 그런 날 만큼은 전 여사는 자신의 집에서 아무렇게나 끼니를 해결한다.



    전 여사가 양식을 홍희네 집에 맡겨 놓은 건 아니지만 동네 인심이란 것이 무시로 드나드는 객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일상이다. 그냥 수저 한 벌 더 놓으면 되는 것이다.



    시골 아낙네들도 농사를 짓다가 약을 사러 오면 점심 한 끼니 정도는 한 상에서 해결하고 간다. 바쁘게 왔다가 바쁘게 돌아가야 하는 농가의 아낙네들은 시간의 여유가 그리 낙낙하지 않다.



    대신 장이 서는 날, 이것저것 챙겨서 상에 오를 풋나물이나 농사를 지어 나온 잡다한 것들을 가져다주는 인심이 넉넉하다.



    여느 날 같이 조반을 들러 왔었다면 아마도 아이들에게 큰 해가 미쳤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그 점에 관해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들 이였다고 위로를 했다.






    경찰이 다녀갔다.



    그렇다고 정확한 증거도 없다.



    전 여사는 매우 흥분 상태이다. 그 흔적 없는 보복에 전 여사는 전율을 느꼈다.



    소리 없이 접근하는 맹수의 본능 같은 행동에 전 여사가 흔들렸을지는 잘 모르나 한동안 마루에 나와 앉아 소리를 높이는 일은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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