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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레거시’ 타보니

은빛강 2012. 2. 23. 03:22

스바루 ‘레거시’ 타보니

[한겨레]대칭형 사륜구동 '힘자랑'


급경사 눈길 오르기 거뜬


3.6ℓ모델 최고출력 260마력


연비 9.1㎞로 낮은 게 단점

"아무리 4륜 구동이라도 올라갈 수 있을까?"

눈앞에 새하얗게 펼쳐진 스키 슬로프를 보며 침을 삼켰다. 차에 탄 운전자에겐 스키 슬로프가 아니라 5~10도의 경사를 지닌 눈 쌓인 언덕이었다. 눈길에서 미끄러지고 구덩이에 바퀴가 헛돌던 예전 기억들이 스쳐갔다. "차량의 진솔함으로 승부하겠다"는 최승달 스바루코리아의 말을 믿어야 할까? 스바루의 3.6ℓ 세단 '레거시'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지난 10일 경기도 이천 지산리조트에서 열린 '3회 스바루 스노 익스피리언스' 시승행사 현장. 일본 브랜드 스바루는 오는 5월 한국시장 진출 2년째가 되는 '늦둥이'다. 늦둥이로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겨울철에 강한 사륜구동 자동차'라는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고객들을 초청해 진행한 행사다.

동승한 전문 드라이버는 "절대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말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야 한다"며 "핸들 조작을 하면 차가 미끄러지니 핸들을 고정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2단 기어를 넣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위잉' 하는 엔진음과 함께 눈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속도계는 50㎞까지 올라갔다. 좌우가 조금 흔들리며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지만 차는 길을 벗어나지 않고 눈길을 힘차게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1단 기어로 설정하고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밟으니 무게중심을 유지하며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미끄러짐이 없다 보니 핸들 조작에 따라 에스(S)자 코스를 쉽게 내려갈 수 있었다. 스바루 관계자는 "같은 4륜 구동 차량 가운데 스바루처럼 눈길에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바루 관계자는 자신들의 '대칭형 사륜구동(AWD)시스템'과 '박서(Boxer)엔진'이 눈길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스바루의 4륜 구동 시스템은 도로 상황에 따라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자동 분배하는 방식이다. 박서엔진은 보통 엔진과 달리 피스톤이 좌우로 움직여 위아래 진동을 없애고 무게중심도 낮춰 안정적인 핸들링과 코너링을 보장한다는 게 스바루의 설명이다.

시승에 사용된 레거시는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3.5㎏·m의 2.5ℓ모델과 260마력, 34.2㎏·m의 3.6ℓ 모델 두 종류가 있다. 가격은 각각 3690만원, 4190만원이다. 눈길과 오프로드에서 강점을 보이는 대신 리터당 11.2㎞, 9.1㎞의 낮은 연비는 단점이다.

원래 스바루는 혹한과 빙판길 등의 환경을 가진 북유럽에서 인기있는 차다. 북유럽 고객만족도 조사인 '오토인덱스'에서 2009~2010년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스바루는 여전히 낯선 브랜드다. 최 대표는 "제가 스바루 차를 타는데 대리기사를 부르면, 항상 차는 좋은데 어느 브랜드 차냐고 묻는다"며 "그럴 때마다 대리기사에게 한참 설명해준다.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스바루는 올해 750대를 판매 목표로 잡으며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승준 기자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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