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2012년 3월8일 Facebook 세 번째 이야기

은빛강 2012. 3. 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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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아프다 - 박 찬 현



    오십 여년 살아 온 나무가

    몹시 난폭한 바위 쪽을

    안고 절명 위기에서

    파르르 가지를 떨며

    아파서, 아파서

    하얀 밤을 부여잡았다



    청춘에 피운 녹엽에

    온갖 정일랑 사랑일랑

    수액으로 모두 주었건만

    초엽은 바스락이며

    정이 죽고, 사랑이 죽고

    질박한 거름은 모래 섬



    비루한 사막에

    이슬이 떠나고 식은 땀 한 줄

    세포가 사라진 엽록체는

    더 이상 산소를 품지 못한 채

    얇은 봄바람을 입고 빛의 세계를

    응시한 슬픈 눈망울



    지금 나무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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