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2012년 3월11일 Facebook 두 번째 이야기

은빛강 2012. 3. 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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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지리무신(闉跂支離無脤:절름발이에 꼽추에 언청이인 사람)이 위나라의 영공(靈公)에게 의견을 말했더니 영공은 그의 말에 아주 흡족해 했다. 그 뒤로는 영공이 보기에 온전한 사람을 보면 오히려 그들의 목이 야위고 가냘프게 보였다(而視全人 其脰肩肩)….(「덕충부(德充符)」)"
    마음 귀에 오래 간직하고픈 귀절이다.
    나의 귀중한 친구도 이런 말을 읊었다. "살아 오면서 학연,지연에 기대지 않고 잡초처럼 살아 왔었다." 그의 말인즉은 "故김수영님의 풀잎처럼 눕다."세상의 거친 세파에 미리눕고 알아서 일어서는 가장 기본적인 민초의 삶을 초연히 극복 했노라는 대목이 퍽 인상깊었다.
    사람들은 세상 편견에서 모두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부정과 긍정이 희석된 말들을 곧 잘한다. 그러나 정작 겪어보면 진정 풀잎처럼 기민하게 눕고 눈치것 일어나 억눌림 속에서도 의연했는가를 희미하게나마 인식하게 된다.
    위나라 영공이 그러한 편견을 갖지 않았기에 덕을 쌓고 의정을 살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이 어디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왕따의 세상, 무지랭이를 향한 오만과 편견,
    자신보다 잘 나도 왕따이며, 또한 못나도 인간이하의 취급을 충분히 받는 그 괴리감을 가름하는 마음들의 편치 않은 세상 상처들...
    사회가 발전되면서 생겨나는 고독한 우울증, 독거노인의 보살핌 없는 주검,
    슬픈 사회의 이면이다.
    나 역시 다를바 없으니, 영공이 말하듯이 "온전한 사람을 보면 오히려 그들의 목이 야위고 가냘프게 보였다."
     
    인문학 스프-문식 
    우청우탁(寓淸于濁)⑪ - 희미해지는 것들, 옛 사랑 
      
    김광규 시인의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다시 읽었다. 처음 그 시를 봤을 때 느낄 수 있었던 감흥(感興)은 온데간데없이 다 사라지고 없었다. 가히 ‘김빠진 맥주’였다. 마치 허름한 산문 한 편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오래된 일기장의 한 귀퉁이에 적힌. 그 시가 그렇게 읽힌 것은 당연히 내 인생 역시 ‘김빠진 신세’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인생에서 김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정확하게,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에서처럼, 마흔 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