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교회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게 천주교의 길입니다"

은빛강 2013. 10. 15. 21:53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게 천주교의 길입니다"

한국선교 80주년 골롬반 선교회 오기백·강승원 신부
한국선교 80주년 골롬반 선교회 오기백·강승원 신부
(서울=연합뉴스) 한국 선교 80주년을 맞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 오기백 신부(오른쪽)와 선교센터장 강승원 신부가 15일 서울 돈암동 선교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3.10.15 <<문화부 기사 참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kong@yna.co.kr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한국진출 80주년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역사를 잘 정리하고 돌아봐야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천주교의 갈 길입니다."

한국 선교 80주년을 맞은 국제 가톨릭 선교단체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인 아일랜드 출신 오기백(63) 신부의 소감이다.

골롬반 선교회의 한국 선교는 1933년 10월 29일 사제 10명이 부산을 통해 입국하면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활동했거나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골롬반 신부는 266명에 달한다.

오 신부는 "80년을 돌아보면 골롬반 선교회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광주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고비마다 늘 한국인들, 특히 어렵고 힘든 사람들 곁에 있었다"고 말했다.

골롬반 신부들은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르거나 추방 또는 가택연금됐다. 한국 정부는 이런 점을 평가해 1999년 골롬반 신부 3명에게 독립유공훈장을 줬다.

한국전쟁 때는 골롬반 신부 7명이 희생됐다. 박정희 정권 시절 골롬반 선교회는 야학과 노동사목 등을 했고 지학순 주교 투옥사건을 계기로 인권운동에도 참여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철수 지시를 받은 외국인 신부들은 "한국전쟁 때도 안 나갔다"며 끝까지 광주시민들과 함께했다.

1976년 한국에 부임한 오 신부는 "한국의 모습은 38년 전과 너무 많이 달라졌다. 사회가 변한 만큼 교회도 변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성당이 주로 변두리 지역에 있었고 얼마 안 되는 신자들도 대부분 가난했다. 지금은 신자도 크게 늘고 모든 게 풍요로워졌다. 대치동 같은 서울 강남의 가톨릭 신자 비율은 30%에 달하지만 시골은 10%가 채 안 된다.

한국선교 80주년 골롬반 선교회 오기백 신부
한국선교 80주년 골롬반 선교회 오기백 신부
(서울=연합뉴스) 한국 선교 80주년을 맞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 오기백 신부가 15일 서울 돈암동 선교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3.10.15 <<문화부 기사 참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kong@yna.co.kr

1984년 한국천주교가 200주년을 맞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한 것을 계기로 천주교의 사회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오 신부는 "교회는 위상이 높아지고 힘과 돈도 많아졌다"며 "교회 안에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제주 강정마을이나 대한문 앞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혀 신경을 안 쓰는 사람들도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가 보는 '이 시대의 어려운 사람들'이란 누구일까.

"사회가 변하고 가치관도 변하니 가정생활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이까지 있는데도 이혼 직전까지 간 사람들도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 장애인, 고초를 겪는 평화 활동가들도 어려운 우리 이웃입니다."

오 신부는 특히 마치 1970년대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최근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안타까워했다.

"강정마을에서 평화활동을 벌여온 함편익 신부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비자연장 신청을 거부당했습니다. 급진적인 사람도 아닌데 자꾸 그러면 출국시킬 수도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합니다."

오 신부는 천주교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이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종교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새 교황은 천주교가 부(富) 앞에서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사람을 주교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 희망적인 일"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롬반 선교회는 한국 진출 80주년 기념일인 29일 명동성당에서 기념미사를 연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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