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작약꽃-박찬현

은빛강 2014. 5. 29. 19:02

작약 꽃

 

안락한 노을 위에 앉으니

철없던 유년이 다가 와

팔락이며 가슴 훑는다.

 

저녁상 물린 대청 가득

미움을 톡톡 쏘아 내던 향

작약은 가족들 잔손질에

황갈색 뿌리로 허공을 밟았다.

 

장이 서는 날 약장수 악극단에

붉은 작약 꽃 치장한 여인

입술에도 붉은 작약 꽃 흐드러졌고

경박한 그 붉음이 작약 밭을 채웠던

 

지금 작약 꽃 무더기 사이로

내 아버지의 붉은 세월이 온다.

거대했던 꿈들이 모두 꽃 피어

내 아버지의 붉은 청춘이 오고 있다.

※사진자료: 의성 조문국 사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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