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꽃
안락한 노을 위에 앉으니
철없던 유년이 다가 와
팔락이며 가슴 훑는다.
저녁상 물린 대청 가득
미움을 톡톡 쏘아 내던 향
작약은 가족들 잔손질에
황갈색 뿌리로 허공을 밟았다.
장이 서는 날 약장수 악극단에
붉은 작약 꽃 치장한 여인
입술에도 붉은 작약 꽃 흐드러졌고
경박한 그 붉음이 작약 밭을 채웠던
지금 작약 꽃 무더기 사이로
내 아버지의 붉은 세월이 온다.
거대했던 꿈들이 모두 꽃 피어
내 아버지의 붉은 청춘이 오고 있다.
※사진자료: 의성 조문국 사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