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을 걷다가
발부리에 맞서는 거친돌
더러 진창에 철벅이거나
갈팡질팡하던 발바닥에
터진 수포에 맺힌 피멍
잠시 기쁨을 주던
무명의 꽃무리와
산새들의 무반주 노래
스쳐간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 온 길 위의 고역을
무화시키는 소소한 기억들
입이 부르트고 갈라진 쓴맛의 시간
타는 듯 목젖 축이던 단 샘의 시간
허원을 뱉은 갈증에
달고 쓴 여정 아니었다면
삶의 정체를 알 수 없었고
고달픈 역경이 없었다면
침묵 이룬 시간 속에
감미로운 평화를
영원히 알 수 없었을
그 낯선 길 위에서
영원을 향한 순례자가 되어
감사함을 각인한 별 하나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