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 주일에
가거라!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에게
주님은 그대들을
작은 지팡이로 삼으리라.
그대는
높이지 않으며,떠벌리지 않으며,
앞세우지 않으며, 다투지 않으며,
얕보지 않으며,굽히지 않으며,
숨길 것 없으며,탐할 것 없으며,
꾀부리지 않으며
불 꺼진 방에 한 점 빛이고자
밀알처럼 썩는 아픔과
기쁨을 누리고자
오직
이름 없이 살기를 원한다.
진실로 죄 지은 이의 짐을
지고 가는 지게이고자
남을 복되게 하여 놓고
맨 나중에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끝내 자신의 이름을
지워 버리고 떠나간다.
어디로 갈는지 아무도
내일의 일을 모른다.
- 정순재 신부<인곡>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