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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의 문단 비화(3)-김상옥·조유로 편

은빛강 2010. 1. 3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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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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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의 문단 비화(3)-김상옥·조유로 편
초정 김상옥 시인의 봉변기

[이유식의 문단 뒷골목 이야기]

내가 초정 김상옥(草汀·金相沃)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그분이 문협 부산지부장을 맡고 있을 때이다. 

▲ 이유식 평론가
그분에 관해서는 이미 알만큼 알고 있었다. 1920년 통영 출생으로 1938년에 문단에 데뷔했으며, 최종학력이 초등학교인데 인쇄소를 다니며 독학을 했고, 젊은 시절에는 손재주가 있어 고향 통영에서 도장포를 내어 도장을 새겨 주었고, 그후 삼천포에서초등학교 교사생활을 시작으로 하여 경남여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시절의 제자 중 한 사람이 시인 박재삼이기도하다.

62년도 문협 부산지부의 모임이 있던 어느 날이었다. 광복동 입구에 있었던 부산 시민회관내에 사무실이 있었던 시절이다. 초정 선생이 지부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고, 아동문학가 조유로 씨가 가까이 앉아 있었다. 어떤 건을 두고 회원들이 서로 의견교환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초정 선생과 조 선생 사이에 가타부타 하는 언쟁이 벌어졌다. 일어서서 언쟁을 하던 조 선생이 순간 앉아 있는 초정 선생을 향해 홱 돌아서더니 다짜고짜 뺨을 내려친 해프닝이 벌어졌다.

초정 선생도 벌떡 일어나 분을 못 참아 약간 더듬거리며 ‘호로놈’이라 하며 멱살을 거머쥐었다. 난투극이 벌어질 일보 직전이다. 나이 많은 일부 회원들이 급히 달려나가 겨우겨우 말렸다. 나 같은 신출내기 문인들은 그저 황당스러워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 날의 회의는 이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 촌극의 주인공 조유로 선생은 30년생으로 57년도에 문단에 데뷔한 분이다. 키는 작달만 하지만 외모는 제법 당차게 생겼다. 언변도 좋았고 좀 맹랑한 데가 있으며, 남에게 호락호락 지지 않으려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참고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기에 기름에 불을 붙인 듯한 해프닝이 일어났던 것이다.

두 분의 나이 차이가 10년에다, 또 문단 데뷔도 20년의 차이가 있고, 또 거기에다 지부장의 위치에 있는 대선배를 새까만 후배가 이렇게 뺨을 갈겼으니 좁은 부산문단은 물론, 부산의 문화계에 일대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웬만한 문인들은 가능하면 합석을 피하려고 했고 또 언쟁도 삼갔다.

그 후 공교롭게도 두 분은 다 같이 서울로 올라왔다. 초정 선생은 교직을 그만두고 63년도에 인사동에서 표구점 겸 골동품점인 ‘아자방(亞字房)’을 운영했다. 

나는 64년도 <세대>사 기자시절, 부산의 연고도 있고 해서 지나가는 길에 일부러 인사차 들러보았는데 반갑게 맞이하시면서 직접 표구를 하다 풀이 묻은 손을 대충 닦고 다방으로 데려가 커피 대접을 해주었다. 대접을 받고 나오면서 나는 생각해 보았다. 역시 솜씨가 있으니 표구점을 내었고, 또 지부장 시절에 취미로 골동품을 수집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는데 역시 골동품가게를 겸하는구나 싶었다.

조유로 선생의 경우는 집안간인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사범 동기동창인 조증출씨가 MBC사장으로 부임하자 한동안 기획위원을 맡아 서울생활을 하다 그 후 부산으로 다시 내려갔다.

아무튼 두 분은 참 묘한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부산시절의 만남과 해프닝, 서울생활 그리고 더욱 공교로운 일은 같은 해에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초정 선생은 2004년도에 84세로 돌아가셨는데 그 해에 바로 조유로 선생도 돌아갔다.

지금은 저세상에 가신 두 분이 서로 만나 생전의 일을 툴툴털고 화해의 악수를 했는지 모르겠다.

■ 이유식
문학평론가. 수필가

[미래문화신문 제9호(2009.7.10)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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