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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의 넝마주이' 엠마위엘 수녀 고백록 "

은빛강 2010. 4. 9. 13:22

"'카이로의 넝마주이' 엠마위엘 수녀 고백록 "


백선희씨 「나는 100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번역 출간




   프랑스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 중 여성 부문 1위에 뽑혔던 엠마뉘엘(Soeur Emmanuelle, 1908-2008) 수녀. '카이로의 넝마주이'라 불리는 엠마뉘엘 수녀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드 시옹 수녀회에 입회해 수도생활을 시작한 후 터키와 튀니지, 이집트 등지에서 프랑스어와 철학을 가르치는 수녀 교사로 지냈다. 62살 은퇴 후에는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하고 이집트 카이로의 빈민가로 떠났다. 그리고 23년간 넝마주이들과 학교를 짓고 보건소를 세우며 그들과 살을 부대끼며 산다.
 「나는 100살,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는 100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엠마뉘엘 수녀의 육성이 담긴 고백록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자크 뒤켄과 인터뷰한 내용을 한데 엮어 펴냈다. 수녀의 고백록에는 한 세기의 인생을 통해 얻은 삶과 죽음, 행복과 고통의 메시지가 담겼다. 그가 평생 화두로 삼은 전쟁과 폭력, 빈곤과 기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수녀는 그가 몸 담았던 빈민촌에는 다정함과 미소가 감돌지만, 유럽은 우울하고 의기소침했다고 고백한다. 모든 것을 박탈당했다고 생각한 빈민촌에선 세계의 따뜻한 연대감과 공생 의식을 느꼈지만, 물질적 풍요로움이 가득한 곳에서는 불필요한 잉여와 불만의 목소리로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의 조용하면서도 힘 있는 외침은 초월적 영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충실한 행동가로서의 목소리로 다가온다.
 수녀는 젊은이들에게 "껍데기와 권력, 돈이 중시되는 세상에 맞서 반항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삶의 의미는 '함께'일 때 보인다"고 조언한다. 정치인들에게는 "가난한 사람들이 여러분 계획 안에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한다.
 조광호(인천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추천글에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방황하고 절망하며, 오아시스 가에서도 목말라 죽어가고 진정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 무엇을 얻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면서 "'위대하고도 비참한' 현대인에게 이 책은 국적과 인종, 종교 차이를 넘어 살아생전에 진심으로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자 했던 엠마뉘엘 수녀의 간곡한 고백이자 메시지"라고 전했다.(백선희 옮김/마음산책/1만 원)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