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캄보디아 저녁---마종기

은빛강 2010. 5. 15. 12:00


진달래가 피우려다 피우려다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운함만 남기고 가버릴 봄에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캄보디아 저녁---------------------------------마종기




천 년을 산 나비 한 마리가
내 손에 지친 몸을 앉힌다.
천 년 전 앙코르와트에서
내 손이 바로 꽃이었다는 것을
나비는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그해에 내가 말없이 그대를 떠났듯
내 몸 안에 사는 방랑자 하나
손 놓고 깊은 노을 속으로 다시 떠난다.
뜨겁고 무성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뒤뜰로만 돌아다니는 노란 나비.

흙으로 삭아가는 저 큰 돌까지
늙어 그늘진 내 과거였다니!
이제 무엇을 또 어쩌자고
노을은 날개를 접으면서
자꾸 내 잠을 깨우고 있는가.




*시는 현대문학 11월호에서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