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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인 안선재,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강의

은빛강 2010. 5. 19. 20:59

귀화인 안선재,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강의
1994년 귀화, 한국문학·시·소설 등 25권을 영역한 번역가로도 유명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사람’으로 유명한 푸른 눈의 귀화인 안선재(본명 브러더 엔서니, 68) 전 서강대 교수가 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특강을 했다.

지난 5월 15일 오후 2시 서울시립대 법학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강은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노숙인 등 저소득층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수사(수도생활을 하는 남자)이기도 한 그는 오랜 기간 서강대 교수로 재직했고, 지난 2007년에 정년퇴직을 했으며, 한국문학, 시, 소설 등 25권을 영역한 저명인사다.

* 번역 : 천상병의 ‘귀천’(Back to Heaven), 고은의 ‘화엄경’(Little Pilgrim), 김광규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Faint Shadows of Love), 서정주의 ‘밤이 깊으면’(The Early Lyrics) 등

안선재 수사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사람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데, 1980년 故 김수환 추기경의 요청으로 한국에 처음 온 뒤, 서강대에서 강의를 맡던 1994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 안선재 수사 : 세레명은 엔서니, 영국 출신이며 옥스퍼드대(중세문학 전공)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박사 과정을 위해 프랑스 유학을 갔다가 떼제공동체에 반해 수사가 됐다. 수사는 수도회에 들어가 수도생활을 하는 남자를 뜻한다.

특강은 ‘푸른 눈의 한국인이 본 한국문화’라는 제목으로 2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평소 “한국에서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및 한국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꼈던 점과 우리 한국문화와 ‘전통문화 바로 알기’에 대한 내용을 근간으로, 고은, 서정주 선생 등 저명한 한국 작가들과의 귀한 만남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한국명 안선재라는 이름이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화까지 소개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안선재 수사가 강의제의를 받고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처음이지만, 소중한 만남으로 기억하고 싶다”며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은 노숙인 등 저소득층의 물질적 빈곤뿐 아니라 정신적인 빈곤을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서울시에서 200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2008년 313명으로 시작된 희망의 인문학은 2009년 1,643명이 신청하면서 높은 관심과 기대 속에 출발하였으며, 2010년 상반기 현재 1,507 명이 수강 중에 있다.

※ ’08년 313명 → ’09년 1,643명 → ’10년 1,507명(상반기, 교육 중)

서울시에 의하면, 지난 해 6개월 과정을 수료하여 졸업한 자가 1,210명으로 입학인원의 73.6%에 달했으며, 인문학 강의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답변이 9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통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일어설 수 있는 정신적 무장을 갖춘 후 ‘서울형 그물망복지’와의 연계를 통해 자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출처: 서울특별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