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잡이/문학인의 방

시집-날개 편지 -최인찬 시인

은빛강 2010. 5. 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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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편지


날개 편지 
최인찬 시집 / 신세림 刊

  풍선에 바람을 넣으니 허수아비가 춤을 춘다. 바람 든 허수아비는 바람으로 그냥 즐겁다. 
  바람은 언제나 빈손이다. 불러주지 않아도 불어오고 보내주지 않아도 잘도 간다. 너의 자유는 할 일도 많아 별은 바다를 통째로 흔들어 파도에 푸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그 파도는 소라의 동굴에 감춰둔 어린 꿈을 실어 가기도 하고, 모래성에 감춰 둔 고독도 쓸어 간다. 구름에게도 날개를 달아 무한의 창공을 떠돌게 하고 밤사이 별빛 따라 내려와 꽃눈망울을 비벼 깨운다. 또 잠시면 세월 떨어지는 소리를 낙엽에 담는다. 
  바람의 길 알 수 없어도 파도는 떠나가고, 구름도 흘러가고, 계절도 세월 따라 돌고 있구나. 내마음을 언제나 바람나게 하는 바람, 그 바람을 사랑했었나 보다. 바람아, 바람결에 『날개 편지』실어 가려무나. 
  허풍선으로 살려진 불씨처림 바람이 그리울 때나, 세월 뒤안길에서 허우적거릴 때면 나는 시와 만나곤 했었다. 그 유심의 꿈과 참의 고독을 부끄럽게 벗어낸 부족한 첫 시집『그리움 파도에 적시고』에 이어, 작은 창으로 안식의 어둠이 내려설 때나, 도시생활에서 잊고 지내던 달그림자가 문득 다가설 때면 희미한 꿈길에 마음을 담그며 써두었딘 글들을 모아 두 번째 시집『날개 편지』에 띄운다. 어쩌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무작정 떠나가고 싶은 마음을 실어 날개를 힘껏 펴려무나.

최인찬, 머리말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중에서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되어 괴로운 즐거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습작으로 시를 쓰던 때에 시집을 내면 '회전하는 고독' 이라고 할 것을 작정하였었는데 정작 첫 시집의 제목은 『그리움 파도에 적시고』로 출간되었다. 두 번째 시집은 『날개 편지』로 제목을 정한 후에 글을 쓰면서 시 한 편이 완성될 때마다 제목을 바꿀 결심을 다지곤 하였다. 신문 뉴스기사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제어로 선정되는 것처럼. 어느 문인의 말처럼 스스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시를 시집제목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제목이 들어 있는 시를 찾아 한 번 읽어보고 그냥 덮어버리는 책이 많다는 이야기에 수긍이 가듯이.
  하지만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두 번째 시집 제목을 『날개 편지』로 정하였다. 이 시집 속에 '날개' 라는 단어가 열다섯 번이나 사용되었음에 위로를 받으면서. 끝까지 읽 어준 독자께 감사드린다. 
  이제 고독의 허물을 벗어야지·······.

최인찬, 맺는말(책꼬리글)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되어> 중에서


     - 차    례 -
 
머리말 |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제1부  그물에 걸린 바다
파도에 실려
바닷가에서
수평선 너머
그물에 걸린 바다
줄 하나 그어놓고
등이 굽은 여인
바다로 간 어부
술래의 귀향
만리포 바닷가
소라의 꿈
파도야, 벌써 오느냐 


말없는 바다
바다로 간 새
그곳에 가고 싶다 1
그곳에 가고 싶다 2
내가 사랑한 것은

제2부  날개 편지
네게로 갈 수 없는 이유
끝나지 않는 이별
누워 있는 그림자
카페에 앉아
숨겨진 창
날개 편지
별 따기
좌우명
가로등
석엽
여름에 겨울 생각하기
가을을 보내는 길목에서
연날리기
영원한 좌표
꿈꾸는 날개
그대 눈동자
한점 바람으로
갈 수 없는 시간
불꽃축제 끝나고
휘날리지 않는 깃발

제3부 춤추는 허수아비
정오
낚시
잠자는 기도
끝을 붙잡고
어머님 체온
조화 이야기
춤추는 허수아비
아담이 옷을 입은 이후
불효는 틀니처럼 남는다
겉옷을 바꿔 입으며
양파를 벗기며
당신은 바람개비
어리석은 미라
생각의 형틀
새들은 난다
돌아앉으면
독백
거미

제4부  바람이 부는 날이면
창가에 서서
겨울은 알거야
잊혀진 좌표
걸어서 하늘까지
바람이 부는 날이면
떨어지는 이름표
희미한 허상
억새는 눕지 않는다
문풍지
바람의 씨앗
그곳을 아십니까
회전목마
희미한 그림자
물 흐르는 소리
청계팔경
지렁이는 몸으로 말한다
청개구리 단상
촛불잔치
저울에게

제5부  마음의 노래
노고단에 올라
비 내리는 임진강
그대는
목련꽃
장미꽃
진달래꽃
나팔꽃
담쟁이
마음의 노래 1
마음의 노래 2
마음의 노래 3
마음의 노래 4
마음의 노래 5
마음의 노래 6
마음의 노래 7
마음의 노래8

맺는 말 |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되어 

[2010.4.30 초판발행. 134페이지. 정가 8천원]

 
최인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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