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잡이/문학인의 방

이제 우리의 영혼을 적시는 작품을 내놓을 때

은빛강 2010. 5. 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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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의 영혼을 적시는 작품을 내놓을 때
(원제)뒤도 돌아보면서

[이동희]

먼저도 그랬지만, 내가 이 난에다 무엇을 쓸 자격이 있나 다시 생각해 본다. 두 번인가 쓸 때도 그런 생각에서 머뭇거했다. 그때 그래서 내 얘기를 썼었다. 시

▲ 이동희 소설가
골에 내려온 얘기 그리고 책이 안 팔리는 얘기를 했었다. 결코 내세울 만한 것이 못 되었다. 그런 변명을 하려는것이 아니고 지금은 좀 다른 얘길 써볼까 하는데 잘될지 모르겠다. 

요즘 문단이 말이 아니다. 왜 그렇게 싸우고 문학보다는작품보다는 딴 생각들로 꽉 차 있다. 잡상인 정치꾼들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는 꼴사나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소설가협회만 해도 몇 년을 두고 낯 뜨거운 싸움에다 불법에다 변칙에다 반목으로 얼룩져 있다. 최근에 나온 한국소설가협회의 백서를 보면 참으로 한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 부끄러운 책을 내지 말자고 하였지만 어떻게 된 건지 다 까발겨 놓았다. 그 책이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부정과 거짓말들이 문제인 것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 얼굴이다

정관이란 단체를 끌고 나가는 데 필요한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지키고자 하는 자치법규이다. 빨간불이 켜지면 서고 파란불이 켜지면 건너가게 한 교통신호등처럼 서로에게 편리한 질서를 정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왜 그것이 그렇게 지키기가 힘든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고치고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바로잡으면 되는 것도 극히 자연스런운 일이다. 정한대로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지 모르겠다. 꼭 정관 때문만은 아니지만 몇몇년을 싸운 끝에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것도 관리들의 지시에 의해서이다. 작가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동안 최근의 전직 이사장들이 유명을 달리하였다. 두 분의 상가에서 소주를 한잔하면서 도대체 이게 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매사에 원칙을 지키면 아주 쉽고 편해진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어렵고 안 되고 있었다. 선거 때마다 이성들을 잃고 있다. 

선거권자의 자격요건을 결정하는 회의를 하였다. 회비에 관한 것도 있었는데 그날까지 납부한 자로 하였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11시에 시작한 회의는 1시가 넘어서 끝났다. 선거공고도 하지 않고 선거권자를 확정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의결을 할 수 있는가. 그런데 이사들을 그렇게 구성하여 그것이 가능할 수가 있었다. 그 뒤 법원에 제소하여 가처분시키고 무효화되었다.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출마를 하겠다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경쟁자를 제명하는 회의를 하였다. 그것도 가결하였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도대체 양식이 있는사람들인가. 

문학의 생명은 순수함이며 문학인 제1의 덕목은 정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정신은 문학 문학인 그 자체이며 문학사회는그 어디보다도 도덕성 시대양심을중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도덕적 기준은 법률 이전의 상식이다. 회원의 자격이 있고 임원의 요건이 있다. 정관의 정신이 있다. 전통과 관례가 있다. 이를 저버린 작가는 문단의 수장이 될 수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자격요건이 데뷔 30년이던 것을 25년으로 바꾸고자 6, 7년 끌어오던 것이 취소되어 구정관에 의해 선거를 치렸다. 그렇게 개정하고자 하는 이유, 30년이면 안 되고 25년이면 되는 사람들의 사정은 어떻게 되었든 그동안 싸움만 하여 아무 일도 못하고 협회는 다 박살이 나고 말았다. 

몇 가지 예를 들었는데 가상적인 것이 아니고 최근에 벌어진 일이며 현재 진행중인 사실들이다.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단체 이야기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시골 이장선거에서도 웃음거리가 될 일을 문인들이 서슴 없이 자행하고 있다. 마구 돈을 뿌리고 밥을사고 술을 산다. 어느 단체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아는사람은 다 안다. 스스로 몸담고 있고 누어서 침뱉기인 지 모르지만 너무나 한심한 추태를 눈뜨고 볼 수가 없다.  

문인들은 좀 달라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썩어도 문인들이 썩으면 안 된다. 문인도 사람이고 문단도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도 논리가 있고 도가 있고 법이 있다. 당선이 되어도 불법이 판명되면 무효가 되고 감옥에 간다. 문학은 사회의 거울이며 인류의 교사이며 그 주체가 작가이다. 가르침을 받아야 될 사람들에게 빈축을 사는 존재가 되고 있는 문학인들을 보며 생각한다. 

그런 부류와는 다르고 형편이 좀 나은 문인들 얘기를 하나 추가한다. 문단과는 담을 쌓고 전혀 관계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초연함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외로 평가받는 작가들이 왜 그렇게 어정거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래전 국문학자 정병욱은 어정거리는 40대 학자들을 비판한 적이 있다. 돈을 벌겠다는 것인가. 중국의 고대소설을 의역이 됐든 직역 됐든 옮겨서 재미를 보고 있다. 전에도 그런 얘길 한 것 같은데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꼭 무슨 상을 받기 위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이제 노벨문학상도 받을 때가 되었다. 점성가들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말고 우리나라의 국력을 얘기하는 것이다. 문화적인 예술적인 역량 말이다.  

가장 한국적인 문학이 세계적인 문학이 된다는 논리를 펴오고 있고 그것을 여러 경로로 확인하였다. 지난해 8월 12일 고흥에서 개최한 한국농민문학회 세미나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8월 16일 영동에서 가진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세미나 '한국크리스천문학과 세계문학' 주제 발표와 토론에서도 추가하였다. 

한국적인 정체성과 고유 정서에 세계적인 공감대를 확보할 때이다. 그런 전략과 지혜를 모으기 위해 모든 잡스런 양태들을 다 제거해야 한다.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가 가끔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자기 영혼이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리지 말고 뒤도 돌아보면서 우리의 영혼을 적시는 작품을 내놓아야 하겠다. 

이제 4월이다. 새봄과 함께 다시 출범한 한국소설가협회, 훈훈한 우리 모두의 사랑방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 이동희
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월간《한국소설》2010년 4월호(권두언) 수록]

 
[한국소설]2010년 4월호
이동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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