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사발--김종제

은빛강 2010. 5. 26. 15:33

 

 

사발

 김종제

 

 

큰물 온 다음날
뒷산에서
사발 하나 건졌다
이가 나가고 금이 간
흙그릇이었다
손에 닿기 전에
산 하나 품고있었다고 했다
발에 부딪히기 전에
하늘을 받치고 있었다고 했다
오래 전에
지상에 왔다가 떠나간
어떤 사내들이 문득 떠올랐다
더이상 비울 것이 없어서
몸을 내준
묵서默書 같은 사내들 말이다
육신을 사발이라고 생각하고
눈물 대신에
핏물 대신에
그속에 말씀의 향기가
출렁출렁 넘치도록 담았던
사내들 말이다
물 한 잔 가득 담아
밥상에 올려놓은 사발이
세상의 그 어느 무기보다
목숨을 쉽게 꿰뚫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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