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무늬거울
김종제
거미줄 쳐지고 먼지 쌓인 관을 열고 청동기 시대로 들어가는데 거울이 반짝거린다 그 옛날에 목에 걸었던 잔무늬거울의 다뉴세문경이다 삶을 둥그런 원으로 사랑을 무늬로 그려넣었더니 세상의 모든 빛이 빨려들어갔다 그 시절에도 누군가는 고백하였을 것이고 그 말을 들은 다른 누구는 밤낮으로 가슴에 품고 다녔을 것이다 그 말을 다시 듣고 싶었을 때 세심한 무늬의 언어와 녹슬지 않은 원형의 마음을 거울을 통해 들여다 보았을 것이다 관을 나서는데 낯설지 않은 빛 하나가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묵직했다 옷속을 들쳐보니 청동거울속에 누군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출처 : 서대문문인협회-사)한국문인협회 지부
글쓴이 : 구석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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