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임영석 시인-156회 詩하늘 시 낭송회

은빛강 2010. 6. 2. 18:34

 바야흐로 여름으로 가고 있는 이 시기에

수성못가에서 고래의 흔적을 찾아 임영석 시집『고래 발자국』을 펼쳐 들까 합니다.

이 땅에 많은 시인이 있지만 맑은 시심을 간직한 시인을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쉽던가.

모든 것을 유용성을 잣대로 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시는 소용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소용없는 그것의 유용성을 보려면 마음눈이 맑고 순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십대부터 시의 여신에 매혹되어 살아온 시인 임영석은

여전히 어린 왕자 같은 때 묻지 않은 동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본질적인 것은 소용없는 것"이라고 말한 『어린 왕자』를 쓴 생떽쥐베리처럼

그는 시적 삶의 내밀한 본성을 철저히 자각하고 있는 듯 싶었다’고

고진하 시인이 서평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시가 고향이고 친구이고 집이고 우주라고 하는 임영석 시인의 시편을 물씬하게 만나고자 합니다.

낭송할 시편을 점지하여 댓글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참석 바랍니다.

낭송회가 열리는 수성못 케냐의 주위는 지금 여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시를 읊고 음미하는 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함께하는 즐거운 밤이 될 것입니다.    

 

-일시 : 2010년 6월 3일(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 수성구 두산동 898-5 <케냐 레스토랑> 수성못 근처 

        주차장 있음, 전화 ‘케냐 레스토랑'(053-766-8775)

-회비 : 없음 (식사 및 음료는 각자 주문 계산)

 

-시 낭송자 : 희망자 누구나(낭송하고 싶은 시 선택하여 뎃글로 달아주십시오.)

-음악 : 김미선-하모니카 연주/박길영-카우벨 연주

-진행사회자 : 권순진 시인

 

*연락처:가우(010-3818-9604)/우가희(010-2422-6796)/제4막(011-9080-1296)

 

 

*임영석 시인

-1961 충남 금산군 진산면 엄정리 출생

-1985 『현대시조』봄호 2회 천료 등단

-시집『이중 창문을 굳게 닫고』, 『사랑엽서』, 『나는 빈 항아리를 보면 소금을 담아 놓고 싶다』,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배경』, 『고래 발자국』

-한국시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 좌도시 동인

-2009 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시부분 선정

-현재 만도 원주 스티어링사업 본부 품질경영팀 근무

 

 

*시편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대(竹) 숲에 들면

-임영석

 

대숲에 들면 꾸물거리는 것이 없다

모두가 시원한 자세다

몸을 텅 비우고 살아 온 세월 만큼

속이 시원한 자세를 하고 있다

애초, 쪼개면 쪼갤수록 종종걸음치던 삶

하얗게 뿌리 속에 감추고

푸른 분노가 허공을 타 올라

죽창이 되어 간다, 오늘

그대 무릎의 관절이 쑤시고 아플 때

얼마나 바르게 살았는지 생각해 보아라

저 허공을 시원하게 울리기 위하여

대나무는 속을 텅 비우고 허공을 먹고 산다

죽어서 허공을 눈물나게 울릴 수 있다면

그대 삶도 대나무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단단한 다짐을 담아 놓을 그릇이 되거나

분노를 삭힐 죽창이 되어 갈 것이다 

대숲에 들면 허공을 울리겠다고 

끙끙 다짐하는 신음 소리만 들린다

 

-시집『고래발자국』(종려나무, 2009)

 

 

내 몸이 편지였다

-임영석

 

녹녹한 마음을 달래려고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내 몸이 예전처럼

개운하지가 않다 세월이

등을 밀고 들어와 써 놓은 편지를

하루종일 술병을 앓아가며 읽었다

무슨 말을 써 놓았는지

나는 읽을 수가 없는데

남들은 나를 보고 대뜸

무슨 일 있느냐고 묻는다

내 몸이 편지였다

내 속의 거북함을 눈치 채고

약까지 사다 준다

세월이 내 몸속에 써 놓은 편지를

약발로 읽고 보니

저 허공이 가장 튼튼한 기둥 같다   

 

-시집『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문학의전당, 마음의詩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