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0. 6. 5. 02:54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유월이 오면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많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시집『접시꽃 당신』(실천문학사, 199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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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 우리 곁에 옵니다

보리 이랑 사이로 바람 들면

더위도 함께 온다고 하지요

더불어 보리도 들판과 이별합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이라고 합니다

살아서 남보다 먼저 겪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뼈에 사무칠 만큼의 아픔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지고지순의 사랑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못 보는 것에 대한 그리움은 너무나 커서

세상 어떤 기쁨이나 즐거움에 비할 바 아니지요

살아서든 죽어서든

당신을 꼭 만나야 완성이라고 하는

시인, 도종환

접시꽃 당신이라 명명할 만큼의 애절함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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