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들소를 추억하다---조 동 범

은빛강 2010. 5. 27. 18:23


푸른 하늘이 13년 만이라는군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네 강산

조석으로 가끔 보는 하늘이

그 예전 같았으면 합니다.

행복하세요.

       





들소를 추억하다

-------------------------------조 동 범

골목길 귀퉁이에
자동차 한 대 버려져 있다
앙상하게 바람을 맞고 있는 자동차는
아직도 보아야 할 무엇이 남아 있는지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하고
골목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초식동물처럼
뼈대만 앙상한 자동차
자동차는 무리지어 이동하는
초원의 들소떼와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한 마리
늙은 들소를 추억하고 있다
하염없이 초원의 저편을 바라보는 들소는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들소의 눈은 죽음과 맞닥뜨리면서도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무리의 흔적을 좇는다
골목길 귀퉁이에 버려진 낡은 자동차는
초원의 늙은 들소처럼 골목길 너머,
무수히 질주하는 속도의 흔적을 좇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골목길
눈 감지 못한 죽음이 애처롭게
그 너머를 바라보는,
고요한 속도의 뒤편


* 위 시는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문힉동네/근간 』에서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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