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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은빛강 2010. 6. 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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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김치

우리의 밥상에서 김치는 필수적이다. 김치 한 가지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비우기는 쉬운 일로 반찬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을 반찬 투정 없이 한 겨울을 날 수 있었던 지혜는 아무리 생각해도 감탄할 묘책이었다.

생활과 식탁이 풍요로워진 지금이야 밥상 앞에서 반찬 걱정을 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지난 날의 밥상 앞에서는 김치가 많은 이들의 반찬 걱정을 해결해 주었던   것이다.

중국 시경에 보면“침채”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이고, 시경은중국 최초로 만들어진 시집으로 3,000년 전에 쓰여졌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김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김치에 관한 또 다른 기록으로 중국 삼국지의 위지동이전(魏璡夷傳)에 실려 있는 것을 보면,“고구려인은 채소를 먹고, 소금을 이용하며, 젓갈 담그기에 능하다.”라고 되어 있다.

이런 기록으로 볼 때 우리 나라의 삼국시대에는 순무, 부추 등을 소금으로 절인 장아찌 형으로 만든 김치를 상용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고려사에서는 동치미, 나박김치 등으로 발전한 기록과 소금절임에서 파, 마늘 등 향신료를 가미한 양념 형 김치에 관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 중기에 고추가 들어온 이후 1590년을 전후하여 소금에 절인 채소에 고춧가루를 사용하였다는 문헌을 찾아볼 수 있고, 또 배추재배에서 통배추가 재배되면서 김치 담그기도 젓갈을 넣게 되어 식물성으로 일관하던 김치에 동물성이 첨가되었다.

고구려사에 저(菹), 지(漬)로 표현한 것을 보면 김치 만드는 방법이 시대에 따라 많이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을 여행한 사람들은 북쪽의 김치 맛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에 아삭아삭 씹히는 배추 결이 맛갈스러운데, 이북에서의 김장철 풍경을 들어보면, 평양시내에 배추와 무우를 가득 실은 트럭과 달구지가 줄을 이어 행진을 한다고 전하고 있다.

김치로 할 수 있는 요리로 김치찜 이라는 것이 있다. 서대문 로터리 근방의 한옥집이라는 음식점에서 묵은 김치에 돼지고기를 넣고 찜을 민들어 팔고 있는데 이것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서서 2시간을 기다려서 먹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기도 지방에서까지 손님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그런 중에도 젊은이들이 잠깐도 기다리지 못하는 성질은 어디다 두고 겨울에는 추위에 떨고, 여름에는 더위에 땀을 흘리면서 줄을 서서 기다리며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것이 2007년에서 2009년 사이에 계속된 일이다.

우리는 겨울철엔 김칫국, 김치찌개, 김치볶음, 김치부침 등 김치를 원료로 하는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 먹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의 고유한 반찬인 김치가 요사이 중국에서는“파오차이(泡菜)”라고 불려지고 있는데, 2003년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발생 때 김치를 먹는 한국인은 사스에 안 걸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의 김치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한류 드라마에 김치가 등장하면서 중국에 “파오차이” 붐을 일으켰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방영될 때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김치 담과 줄 수 있겠니?”라는 대사가 중국의 젊은 층을 열광시킨 일이 있다. 이 후 한•중 간에 김치전쟁이 시작되었다. 김치를 100포기 200포기씩 담과 먹던 한국의 가정에서 김치를 사다가 먹는 가정이 늘어났기 때문에 20포기, 30포기로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값싼 중국산 김치가 수입되면서 많은 음식점들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이 검출되었다.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뉴스가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 전 매스컴에서 보도되었다. 이 보도가 나간 뒤에야 음식점을 찾는 고객들은 이 집도 중국 김치를 사용하느냐고 묻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의 고유한 반찬인 김치를 값이 싸다는 이유로 수입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하였다. 이 틈에 대만의 언론은 “중국이 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붉은색을 내기 위해 벽돌가루를 넣기도 한다.”는 보도가 터져 나오기도 하였다.

신종 플루가 전 세계의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한 지금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에서는 한국의 김치가 신종 플루에 대한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들 있는 가운데 지금 일본으로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김치가 수출되고 있다. 일본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는 우리 나라와 우리 나라에 김치를 수출하던 중국의 김치제조업체가 일본과 다른 나라에서까지 김치 수출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무치”도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무역전쟁을 치루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전쟁은 우리가 우리의 것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우리에게 닥쳐오는 어려움과 불편함에 옛 것을 버리면서 편리함을 택하여 물려받은 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닥쳐온 재앙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5년 미국의 권위있는 건강잡지 「헬스」에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소개된 일이 있다. 이처럼 김치는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의 건강식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저칼로리로 유산균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고, 또 항암작용, 노화억제, 정장작용, 식욕촉진, 동맥경화 예방, 면역력증강이 생긴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이면 배추를 절여 마늘 고춧가루와 젓갈로 버무려 김장독에 담아 땅 속에 묻어 저장하여 역시 발효식품인 된장과 함께 겨울 동안 반찬 걱정 없이 생활해 온 선조의 지혜는 얼마나 경제적이며 과학적인가 이제 온 세계가 발효식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 때에 우리 조상이 물려준 지혜인 김치를 잘 가다듬고 발전시켜 세계화에 노력하자
94세(1950년)로 세상을 떠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떠오른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서둘자 세계적인 발효식품인 김치의 세계화를 위하여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종기
발행인

68호
2010.2.28

자료 출처: 경북신문                              글쓴 이:  시인 이종기(서대문문인협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