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마당/예향 산책

조선국립대성균관/글∙사진∙그림 최준식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은빛강 2010. 8. 13. 06:09

여러분들은 성균관 하면 무슨 생각이 나시나요? 아마 성균관대학교 정도 아닐까요? 많은 이들이 성균관 대학이 있는 곳은 알면서 정작 이 성균관이 있는 곳은 잘 모릅니다. 성균관은 성대 정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있지요. 이 동네 이름이 명륜동인데 이것은 성균관 안에 있는 건물인 명륜당에서 따온 것입니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명륜당은 말 그대로 ‘윤리를 밝히는 집’이라는 뜻으로 강의하는 공간으로 쓰였습니다.

 

‘윤리를 밝히는 집’이라는 뜻의 명륜당.

 

 

극소수의 수재들만 입성할 수 있는 곳

이 성균관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바로 미래의 관리들을 교육시키는 조선의 국립대학입니다. 이에 비해 향교는 지방공립학교라 할 수 있고, 도산서원 같은 서원은 사립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균관은 고려 말인 13세기부터 있었으니 세계적으로도 유서 깊은 대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귀중한 유산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외면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외국인들은 이 성균관에 오면 조선의 교육체계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는데 우리 한국인들은 성균관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니 말입니다.

 

이 성균관에 들어오기 위해서 과거 지망생들은 우선 소과(작은 과거)라는 첫 번째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성균관에 들어와 숙식을 하면서 대과(큰 과거)를 준비합니다. 조선에서 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이 대과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십니까? 조선의 과거 중 정기 과거는 3년에 한 번만 치르는데 합격생이 33명에 불과합니다. 물론 비정기적인 과거도 있고 성균관에 들어가지 않아도 대과를 치를 수 있지만 성균관에 들어와 대과를 준비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로열 로드라 할 수 있습니다.

 

 

학문을 위한 공간과 제사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

성균관의 가장 큰 특징은 이곳이 학교인 동시에 사당이라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물론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여기에 유교의 깊은 교육철학이 있습니다. 유교에서 말하는 가장 좋은 교육은 스승을 닮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고의 스승인 공자님과 그의 제자, 그리고 선배 유학자들은 살아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들을 기억하는 방법은 이렇게 사당에 모셔 놓고 정기적으로 제를 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유교식의 학교에는 반드시 사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교의 이념에 따라 세운 학교는 향교든 서원이든 모두 같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옆의 평면도에 보이는 것처럼 한쪽은 제사 공간이고 다른 한쪽은 학문하는 공간이 그것인데, 보통은 사당이 뒤에 있는데 성균관의 경우에는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인지라 공자 사당을 앞에 놓았습니다. 이 사당의 중심 건물은 공자를 모시고 있는 대성전(大成殿)입니다. 이 건물은 당연 보물(제141호)입니다. 이 건물은 사당이기 때문에 화려한 단청은 없고 단청의 본래 색인 붉은(단, 丹) 색과 푸른(청, 靑) 색으로만 되어 있어 아주 단출합니다.

성균관 구성도. 입구 정면 중앙에 위치한 건물이 사당 역할을 하는 대성전.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원형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문묘의례

중국과 한국의 성리학 대가들, 그리고 그의 제자들의 신위가 모셔져 있는 대성전.


대성전 안에는 공자를 비롯한 그의 직제자 15명의 신위와 주자를 비롯한 중국 성리학의 대가 6명의 신위, 그리고 퇴계와 같은 한국의 대표 성리학자 18인의 신위가 모셔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 합하면 39인의 신위가 모셔져 있는 것입니다. 이 분들께는 일 년에 크게 두 번(2월과 8월) ‘석전제’라는 제사를 드립니다. 이 제사는 문묘(文廟)제례라고도 하는데 공자님이 문(文)을 이룬 분이라 해서 문성왕(文成王)이 불리기 때문에 그 제사를 문묘제례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 제사는 조선조 때 아주 중요한 제사였기 때문에 임금이 직접 와서 제를 올렸습니다. 이 제사는 대단히 장엄해서 64인의 무용단과 두 그룹의 정악대가 동원되는데, 특이한 것은 이 공자에 대한 왕실의 공식적인 제사가 우리나라에만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제례는 고려 때 중국에서 수입한 것을 세종이 복원한 것인데 중국은 청나라 말기의 혼란과 공산주의를 거치면서 그 의례들이 다 소멸됩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중국의 TV가 와서 이 성균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례를 모두 동영상으로 담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우리의 문묘의례는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원형인 셈입니다.

 

 

올곧고 변하지 않는 군자의 상징, 삼강오륜목

성균관에 사는 유생들은 보름에 한 번씩 이곳 대성전에서 이 거유(巨儒)들께 제를 올렸습니다. 아마 그때 유생들은 자신들도 이 분들을 닮겠다고 맹세를 했을 겁니다. 이 건물 앞에는 아주 재미있는 나무가 두 그루 있습니다. 측백나무인데 이 나무는 유교에서 소나무와 더불어 올곧고 변하지 않는 군자를 상징하지요. 그런데 여기서는 이 나무를 삼강오륜목이라 부르고 있는데 그것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한 나무는 가지가 세 개이고 다른 하나는 다섯 개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유교에서 제일 중요한 가르침인 삼강오륜을 상징합니다.

 

사진 왼쪽이 삼강목, 오른쪽이 오륜목.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은 대성전에 뒤에 있는 명륜당 영역입니다. 여기서는 우선 아주 오래된 은행나무(천연기념물 59호)가 눈에 띕니다. 이 나무는 오백 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공자가 은행나무 밑에서 가르쳤다는 고사가 전해져 성균관이나 향교 같은 국립학교에는 반드시 이 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양쪽에는 동재와 서재라 불리는 학생들 기숙사가 있습니다. 전체 방수를 세어보면 30개가 안 되는데 어떻게 200명을 수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이곳에서 역사책에나 나오는 퇴계나 율곡 같은 분들이 사셨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동재와 서재는 학생들의 기숙사 건물이었다. 사진은 동재.

 

 

스스로 돌 위에 올라가 회초리를 든 학생들

그런데 이곳서 공부하는 게 수월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외출은 잘 되지 않았던 반면 시험은 한 달에 30회 이상이었다니 수험생들의 스트레스가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나라에서 대주고 공부만 시키는데 학생들을 나태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을 겁니다. 학생들은 그야말로 밥 먹고 공부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기숙사 앞에는 돌이 하나 있습니다. 학생들과 답사를 올 때 마다 이 돌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데 답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 돌은 유생이 시험을 잘못 보았을 때 올라가 스스로를 견책하는 돌입니다. 성적이 잘 안 나왔을 때 이 돌에 올라가 자신의 종아리를 쳤다고 하는데 이것은 가장 수준 높은 교육인 자율 교육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과거를 준비하다 급제하면 다행이지만 계속 낙방하면 퇴출당하기도 한다는데 그 기준은 잘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돌 위에 올라 회초리를 들었다 한다.

 

 

학문과 함께 6가지 기예를 학습

명륜당 바로 뒤에는 존경각(尊經閣)이라 불리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육일각(六一閣)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여기에는 활과 화살을 보관했다고 합니다. 웬 활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유교는 학문의 연마뿐만 아니라 6가지 기예, 즉 음악, 말타기, 예법, 산술, 서예, 활쏘기에도 능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인교육이지요. 특히 궁도는 신체 연마에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그 목적을 위한 건물이 바로 육일각입니다. 성균관을 지금까지 간략하게 훑어보았는데 이곳은 우리나라 교육의 성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은 어린 학생들에게 수학여행 코스처럼 만들어 조상들의 드높은 문의 정신에 대해 알려주면 좋을 텐데 그런 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의 궁도 훈련을 위해 활과 화살을 보관한 육일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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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그림  최준식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였다. 한국문화와 인간의식 발달에 관심이 많으며 대표저서로는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