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지붕 처마를 두 각도 사이에 위치하게 돌출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여름 햇빛을 막아 튕겨내고 겨울 햇빛은 통과시켜 들어오게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창 자체의 위치와 방의 깊이이다. 겨울 햇빛이 처마를 통과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방 안에 들어오는 햇빛의 정도를 조절해야 되는데 이것을 해주는 것이 창의 위치와 방의 깊이다.
한옥의 방들은 대부분 깊이가 깊지 않아서 햇빛이 방 끝까지 기분 좋게 들어온다. 이는 온도와 소독 모두에서 유리하다. 대청도 마찬가지이다. 겨울, 햇빛은 아침 10시쯤 대청의 마당 쪽 끄트머리부터 조금씩 기어들어오기 시작해서 오후 4시쯤이면 대청 안쪽 끝에 정확히 닿는다. 햇빛이 귀한 한 겨울에 햇빛은 무려 6시간 동안이나 대청 속을 골고루 비추며 가득 머물다 돌아간다. 햇빛이라는 덧없는 자연요소를 오래 머물도록 붙잡아두는 지혜이다.
한옥에서 햇빛은 단순히 겨울에 추위를 덜 느끼게 해주는 물리적 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감성과 감각, 마음과 심리, 경험과 정성(定性)으로 느껴야 하는 체험적 요소이다. 피부와 신경, 핏줄과 세포조직 깊숙이 받아들여 그 온기와 명암의 조형효과를 낱낱이 즐길 수 있을 때 한옥이 햇빛에 대해서 갖는 기본 태도와 한옥에서 햇빛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햇빛은 바람과 함께 한옥의 존재의미와 구성 원리를 결정짓는 첫 번째 자연 조건이다. 채 배치와 지붕의 형상, 향과 창의 위치, 누마루와 기단 등 한옥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은 유교왕조 시대 가부장적 문화를 구현하는 사회적 형식미를 표현하고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햇빛과 바람을 집의 구성요소로 끌어들이기 위한 치밀한 디자인 전략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