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이야기/참거래 농민장터

(오솔길통신825호) 남포등/이화국

은빛강 2010. 10. 15. 14:32

 


    남포등

      李 花 國

     

     

    남포라면 도화선 장치를 해 폭발시킬 수 있게 된

    다이너마이트거나

    남폿구멍 뚫어 바위를 터뜨리는 남포꾼이거나

    남해 포구거나 생각은 자유지만

    나는 남포등 생각이 언제나 앞서 온다

     

    석유를 넣어 불을 켜는 등잔에

    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게 유리 등피를 씌운 것

     

    다른 여자에게 눈 돌리기 바빠

    귀가가 늦은 바람끼 아버지를 위하여

    문밖 마루 기둥이나

    지붕 밑 서까래에 걸어놓고 기다리시던 어머니

     

    밤은 깊어가고 아버지 돌아오시지 않고

    등피 안에 그을음만 두꺼워질 때

    그을음 때문에 빛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그 때에

    어머니는 불을 끄고 자리에 드셨다

     

    환한 알전등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옛날의 남포등

    기다림에 겨우면

    대신 알아서 검은 그을음으로 희망 없음을 알리던

    빛이면서 어둠이던 어머니의 남포등

    하염없이 내 안에서 자주 켜지고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