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의 위치는 1993년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한적한 교외였다. 하지만 지금은 제주시에서 가까운 도심 속 녹지로서 자연을 만끽하려는 탐방객이 몰린다. 특히 제주공항에서 15분 거리이고 입장료가 없어 단체관광객의 빈 시간을 메우는 장소로 애용된다. 지난달 탐방객은 15만 명에 이르렀고 대부분은 관광객이다. 하루 평균 찾아오는 관광버스는 평균 87대에 이른다.
김대신 연구사는 “수목원 면적이 20㏊로 크지는 않지만 광이오름을 끼고 있고 제주도 자생식물 790종을 포함해 1,100종의 귀한 식물이 있는 곳”이라며 “탐방객들이 운동과 산책뿐 아니라 식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에는 우리나라 난과 식물의 70%인 60여 종의 난이 산다. 한라수목원에선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한란을 비롯해 죽백란, 풍란, 지네발란 등을 볼 수 있다. 한란은 서귀포에 주로 분포하는데, 자생지에서 어린 개체들만이 발견돼 아직도 인위적 간섭이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제주 섭섬에서 자생하다가 멸종한 양치식물인 파초일엽을 복원한 개체도 볼 수 있다.
씨앗이 바닷물에 밀려 다니다가 해안에 정착해 자라는 제주의 희귀식물에는 갯대추, 황근, 박달목서 등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해안개발 때문에 자생지가 사라지고 있다.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자라는 나무로 알려진 갯대추는 제주도 북쪽 바닷가에서 자라는데, 한라수목원에는 현재는 사라진 삼양 지역에 자생하던 갯대추를 기르고 있다.
삼백초는 잎, 꽃, 뿌리 세 부위가 희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는데, 제주 북서쪽 습지에 살던 식물이다. 습지가 논으로 개발되면서 사라진데다 약초로 많이 채취해 멸종위기식물이 됐다. 한라수목원에서는 포기나누기 방식으로 삼백초를 증식하고 있다.
※ 이 기획은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사업단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마련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