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자동차

수퍼카의 주소

은빛강 2010. 11. 30. 08:21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20세기 초, 레이싱서 입상하면 부자들이 구입

페라리 458이탈리아의 심장인 V8 4.5L 엔진은 최대 570마력을 낸다. 변속기는 자동 7단으로 0→시속 100㎞ 가속은 3.4초, 최고시속은 325㎞에 달한다.

20세기 초만 해도 자동차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자동차 레이싱 역시 부호들의 취미거리였다. 당시 자동차 제조업체와 레이싱 팀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았다. 레이싱 팀은 경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이름을 알린 다음, 명성을 듣고 찾아온 부자들에게 도로용으로 개조한 경주차를 팔아 돈을 벌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수퍼카 업체 페라리도 1929년 레이싱 팀으로 출발했다. 반대로 ‘일반 판매용 차를 기본으로 경주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레이스 규정 때문에 태어난 수퍼카도 있다. 오늘날엔 경주와 상관없이 다양한 수퍼카가 선보이고 있다.

신기술 검증하고 알리려 너도나도 제작 뛰어들어

수퍼카를 개발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극한의 성능을 내기 위해 값비싼 소재와 고도의 기술력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업체가 수퍼카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신기술을 검증하고 과시할 상징적 존재로서 가치가 높은 까닭이다. 르노 같은 대중차 업체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써가면서 F1에 참가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수퍼카는 수요가 적은 데다 제작 방식이 까다롭다. 제조 원가도 높다. 또한 희소성은 수퍼카의 중요한 가치다. 따라서 수퍼카는 소량만 생산한다. 페라리의 경우 수요가 빗발쳐도 1년에 5000대 안팎만 만든다.

전통의 강국 이탈리아·독일, 신흥강국 일본

전통적으로 수퍼카엔 이탈리아가 강했다. 자동차 산업의 여명기부터 경주가 인기를 끌면서 레이싱 팀과 차체 제작자가 번성했던 까닭이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람보르기니 등의 브랜드가 유명하다. 당시 자동차 경주에서 이탈리아와 자존심 싸움을 펼쳤던 독일 또한 수퍼카 강국으로 손꼽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AMG란 자회사를 통해 수퍼카를 만든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자회사인 포르셰와 아우디, 인수 합병한 부가티, 벤틀리를 앞세워 수퍼카를 내놨다. 일본의 렉서스 또한 정숙성 뛰어난 고급차만 만들던 전통을 깨고 수퍼카를 선보였다.

가볍고 튼튼한 탄소섬유로 만들어 … 수작업 많아

탄소섬유로 짠 탑승석.

디자인 수퍼카는 납작하다. 고속주행의 가장 큰 걸림돌인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단지 공기의 저항만 줄여선 안 된다. 고속에서 항공기가 이륙하듯 차체가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의 흐름으로 차를 꾹 누를 수 있는 장치를 더한다. 꽁무니에 솟은 날개나 치맛자락처럼 땅바닥으로 늘어뜨린 범퍼가 좋은 예다. 아울러 노면을 꽉 움켜쥘 수 있도록 크고 넓적한 타이어를 신긴다. 또한 달리는 데 꼭 필요한 것 이외엔 과감히 뺀다. 그래서 대개의 수퍼카는 두 개의 좌석과 최소한의 짐만 실을 수 있는 트렁크를 갖췄다.

소재 성능을 높이려면 엔진을 키우거나 무게를 줄여야 한다. 수퍼카는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무게를 덜기 위해선 가벼운 소재가 필수다. 금속 가운데는 알루미늄이 대표적이다. 아우디 R8은 차체와 도어, 심지어 엔진까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다. 탄소섬유(카본파이버)도 수퍼카의 소재로 인기다. 직물처럼 촘촘히 엮은 뒤 구운 탄소섬유는 강철만큼 단단하되 무게는 6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생산 비용이 강철의 10배에 달해 일반 자동차엔 쓸 엄두도 내기 어렵다. 반면 수퍼카에선 뼈대와 보디는 물론 휠과 구동축에도 아낌없이 쓴다.

제작 수퍼카는 소량생산이 기본이다. 일단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또한 시트의 위치, 가죽의 컬러와 종류 등 고객에 따라 주문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수작업 공정의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수퍼카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퍼카 한 대를 만드는 데 며칠에서 몇 달씩 걸리기도 한다. 일반 자동차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따라 이동하며 부위별로 완성된다. 반면 일부 수퍼카는 한 대의 차에 작업자가 바꿔가며 들러붙어 완성하기도 한다. 벤츠의 AMG는 한 사람이 엔진 한 기씩 맡아 조립한 뒤 자신의 서명을 새긴 금속딱지를 붙인다.

성능 수퍼카의 성능은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다. 오늘날의 수퍼카는 최고출력 500마력 이상에 시속 100㎞까지 가속을 2~4초에 마치고, 최고시속 300㎞ 이상을 낸다. 한때 12기통 엔진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6~10기통 엔진을 얹는 경우도 많다. 가장 성능이 뛰어난 수퍼카로 부가티 베이론 수퍼스포츠가 손꼽힌다. 4개의 터보차저(강제로 공기를 압축해 엔진에 불어넣는 장치)를 단 16기통 8.0L 1001마력 엔진을 얹고, 시속 100㎞ 가속 2.5초, 시속 300㎞ 가속 15초, 최고시속 431.072㎞의 초현실적인 성능을 낸다.

운전 수퍼카의 성능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조작이 필수다. 과격한 조작은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의 특성도 꿰고 있어야 한다. 최저 지상고가 낮기 때문에 속도방지턱은 엉금엉금 넘어야 한다. 차폭이 넓어 주차할 땐 여유 공간을 넉넉히 남겨야 한다. 그래서 각 수퍼카 업체는 고객을 대상으로 드라이빙 스쿨을 연다. 실제 연비가 2~3㎞/L에 불과해 주유계도 눈여겨봐야 한다. 타이어 공기압 체크나 엔진오일 교환도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자주 해야 한다. 수퍼카는 가격뿐 아니라 운전과 관리까지 남다른 차다.

가격 세상에 저렴한 수퍼카는 없다. 가격은 수퍼카의 희소가치를 좌우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퍼카에도 서열이 있다. 1억~2억원대인 포르셰와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AMG, 닛산의 수퍼카는 비교적 대중적인 편이다. 그 위로 3억~5억원대의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벤틀리가 자리한다. 한정판인 렉서스 LFA는 4억원대, 포르셰 카레라 GT는 8억8000만원이다. 스웨덴의 쾨닉세그 CC는 15억원, 이탈리아의 파가니 존다R은 22억원 이상이다. 한정판 수퍼카의 가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치솟는다. 따라서 미술품처럼 투자 대상으로도 인기를 끈다.

국내 판매 중인 수퍼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70-4 수퍼레제라 (3억9500만원) 가야르도는 람보르기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다. LP570-4 수퍼레제라는 가야르도 가운데 가장 성능이 강력한 수퍼카다. 이탈리아어로 ‘초경량’이라는 뜻의 ‘수퍼레제라’가 암시하듯 차체 무게는 소형차 수준인 1340㎏이다. 무게 배분을 위해 운전석 뒤편에 V10 5.2L 570마력 엔진을 얹고 네 바퀴를 굴린다. 시속 100㎞ 가속은 3.4초, 최고시속은 325㎞다.


벤틀리 콘티넨털 수퍼스포츠 (3억7500만원) 콘티넨털 수퍼스포츠는 벤틀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빠르고 강력한 수퍼카다. 성능뿐 아니라 안락함까지 챙겨 차별을 꿈꿨다. 12기통 6.0L 630마력 엔진을 얹고 네 바퀴 모두에 동력을 전한다. 3.9초 만에 시속 100㎞까지 가속하고, 시속329㎞까지 달린다. 인테리어는 가죽과 원목, 탄소섬유로 꾸몄다. 영국 크루의 공장에서 장인의 꼼꼼한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페라리 458 이탈리아 (3억7000만원대) 페라리의 판매를 이끌 핵심 수퍼카다. 458에서 45는4.5L의 배기량, 8은 기통 수를 뜻한다. 차체는 항공우주공학 기술을 적용해 알루미늄으로 조립하고 접착했다. 공기역학을 반영한 디자인으로 시속 200㎞에서 140㎏의 힘으로 차체를 짓누르는 효과를 냈다. 엔진은 V8 4.5L 570마력, 변속기는 자동 7단이다. 0→시속 100㎞ 가속 3.4초, 최고시속은 325㎞.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 (2억6000만~2억8900만원) SLS AMG는 1950년대를 풍미한 300SL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퍼카다. 갈매기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도어에 과거 300SL의 잔영이 어른거른다. SLS AMG는 V8 6.2L 571마력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시속 100㎞ 가속은 3.8초, 최고시속은 317㎞. 10월 전남 영암에서 열린 코리아그랑프리에 진행용 차로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포르셰 911 터보 S (2억6750만원) 911 시리즈는 포르셰의 간판 스포츠카다. 반세기 가까이 진화하면서도 웅크린 개구리 같은 차체와 동그란 헤드램프, 꽁무니에 얹는 수평대향 엔진을 꿋꿋이 고집해 왔다. 911 터보 S는 스포츠카 왕국 포르셰에서도 가장 성능이 뛰어난 수퍼카다. 6기통 3.8L의 아담한 엔진으로 최고출력 530마력, 시속 100㎞ 가속 3.3초, 최고시속 315㎞의 아찔한 성능을 낸다.

아우디 R8 5.2 FSI 콰트로 (2억1780만원) 아우디 R8은 영화 ‘아이언맨’ 1편과 2편에서 주인공의 차로 등장해 유명세를 탄 수퍼카다. 운전석 뒤쪽에 V10 5.2L 엔진을 얹고 네 바퀴를 굴린다. R8 5.2 FSI 콰트로는 0→시속 100㎞ 가속을 3.9초에 마치고, 시속 316㎞까지 달린다. 변속기는 0.1초 안에 기어를 바꾸고,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은 앞뒤의 구동력을 0.001초 안에 15:85에서 30:70까지 바꾼다.

닛산 GT-R (1억4900만원) GT-R은 1969년 데뷔한 이래 5세대 째 진화를 거듭해온 닛산의 수퍼카다. 이번 GT-R은 V6 3.8L에 두 개의 터보를 붙인 485마력 엔진과 6단 변속기를 얹고 네 바퀴를 굴린다. 성능은 0→시속 100㎞ 가속 3.2초, 최고속도 시속 311㎞로 반론의 여지없는 수퍼카급이다. 가격과 브랜드 가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성능만으로 수퍼카의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모델이다.



독자와 함께 만듭니다 뉴스클립은 시사뉴스를 바탕으로 만드는 지식 창고이자 상식 백과사전입니다. 뉴스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e-메일로 알려주십시오. 뉴스클립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자동차 이야기 > 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퍼카 한 자리에 모음  (0) 2010.12.16
취미생활과 수집의 묘미  (0) 2010.11.30
소형차 모음집  (0) 2010.11.22
일본 차 모음집  (0) 2010.11.22
방탄차 - 위력과 내실은...  (0) 2010.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