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오늘 해야 할 일

은빛강 2011. 2. 11. 02:28

오늘 해야 할 일

 

 

 

세상살이는 구석구석 마다 숨어있는 근심 같은 일거리이다.

 

그냥, 내일 하지 머......,

 

그리고 시간은 흐르는 시냇물 위 햇살 가루처럼 솔솔 뿌려져 둥둥 물 결 따라 떠내려간다.

 

맑은 물 아래 조약돌이 종알거리며 물 위로 둥둥 떠가는 햇살을 어지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유려한 자동차를 살 만큼 넉넉하게 소비 할 자금은 없지만 현실에 맞추어 나름대로 살아간다.

 

그 예전에 공고 학생들의 디자인반 아이들의 과제물인 자동차를 렌더링 하다 보면

 

시간은 내 앞을 언제 훠이훠이 지나갔는지 모른다.

 

 

머리가 복잡하고 심신이 씁쓸하여 괴로울 때 쌍화차 한 잔 마시듯 자동차 디자인들을 찾아 헤맨다.

 

기억 저편에는 나는 늘 헌책방에 틀어 박혀 보물찾기 놀이라도 하는 냥 그렇게 종일을 보내 버리기 일쑤였다.

 

대체적으로 세 부류의 책을 고른다. 미술, 문학, 자동차 잡지, 우주는 옵션이고......,

 

삶이 무척 고단해서 혓바늘이 돋아 식음을 전패하게 만들던 황폐한 모퉁이들,

 

그곳에 오래 된 자동차 잡지에는 아주 매력적인 모터들이 움직였다. 아마도 '올드 부가티'가 나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어제는 간만에 카톨릭 사이트를 들어갔더니 아는 척 하고픈 사제의 성함이 눈에 띄었다.

 

늘 지병으로 아프셨는데 이제는 사제직 수행이 무척이나 힘든가 보다.

 

그 분의 삶의 노선을 보고 마음이 아렸다.

 

 

해서 이곳저곳 연락을 취해보니 어제 따라 어디들 모두 숨었는지 행방이 묘연했다.

 

잠자리 들면서 무엇을 하루 종일 했는지 그다지 생각도 나질 않는 행적들 뿐, 아마도 '파킨스' 증후군이 문을 두드리나 보다.

 

나 역시 늘 약물에 의존하여 삶을 살지만 그러한 시간은 사실 참 많이도 서글프다는 것,

 

이제는 조금만 신경을 곤두세워도 바닥에 드러누웠던 혈압이 고공행진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엄마 보다 아버지를 더 좋아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많은 대화를 나누곤 해서 그런 것 같다.

 

엄마는 여식은 그다지 귀한 자식이 아닌지라 당신 사고대로 기르셨다.

 

그런데, 금방 있었던 일은 깜박 잊어버리기 일쑤이지만 왠지 까마득한 유년의 기억이 고물대며 자꾸 떠오른다.

 

그 속에 엄마가 계셨다.

 

 

지금은 너무나 늙어서 한눈에 봐도 할머니가 다 되었다.

 

"아, 돌아가시고 난 뒤 후회 하지 말고 말해야지,"

 

"엄마, 그동안 제가 엄마 속 아프게 한 것 모두 용서 해줘요."

 

전화기 너머 물기 젖은 엄마의 대답이 들린다.

 

 

검은 밤이 내리면 더러 아버지께 아주 잘못한 일들이 아주 무겁게 가슴을 짓눌러 괴로워 아프다.

 

해서, 더 이상 그런 후회는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봐야 할 사람은 어디선가 30년이 넘어도 보았는데 아직 못 만난 그리움이 있다.

 

 

 

엄마에게 지은 죄 만큼은 아니지만 그 그리움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더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나는 해야 할 일들이 그렇게 있다.

 

아주 꼭꼭 숨어 있지만 찾아내리라고 다짐을 한다.

 

물론, 눈을 뜨면 금방 잊어버리지만......,

 

 

내 강아지가 잠자리로 돌아가자고 연신 조르다가 무릎에 안겨 코를 골고 있다.

 

요즘 이 아이들 땜에 컴퓨터에 조신하게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점프를 해서 마우스를 튕겨낸다.

 

 

 "어이구 귀여운 아가 자러 가자,"

 

컴퓨터 끄는 소리도 용케도 잘 안다.

 

 

고개든 창에 어둠이 세팅 된 유리 위에 낯선 여인이 보인다.

 

가끔, 이렇게 나는 내가 너무나도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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