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오늘의 생각

선물

은빛강 2011. 12. 20. 02:11

선물

박 찬 현

 

대가족이 살던 집, 조부모님 슬하에 백부님 가족, 중학생삼촌, 우리 가족,

아마 초등 입학 전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양 갈래로 땋은

내 머리 단을 싹둑 잘라 고운

분홍색 봄 스웨터를 사기전이었으므로,

입학하면 아침마다 조모님이

내 머리를 땋아주는 번거로움을 덜고자 단발로

이발소에서 빨래판을 놓은 의자 위에 앉아서 코코블록 속 아이처럼 깍았다.

그즈음 엄마 생신이 돌아 올 무렵, 두 살 아래 남동생과 상의를 한답시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생각에 생각을 해 냈다.

지금이야 문밖만 나서면 이벤트에 맞는 선물은 얼마든지 고를 수 있는 세상이다.

그 당시에 동네 있는 거라곤

상회 밖에 없었고 또한 선물의

의미를 동화책을 통해 얻은

지식뿐이다.

예쁜 장갑은 엄마 분위기도 아니고 있다 해도 막일 할 때

쓰는 목장갑뿐이다.

진주목걸이, 그것은 엄청 비싸고 상회에도 없다.

머리 빗, 그것은 소지하고 계셨고 짧은 파마머리이다.

핸드백, 어휴 상상조차 못할

품목이고 그 또한 상회에는

없다.

그런데 둘이서 숙덕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호통을 치신다.

남동생은 공부하고 나는

각 방을 걸레로 닦으라는

명령을 내리며 바쁘게 지나갔다. 그때 '반짝' 생각이 났다

그래서 동생과 속닥거림을

끝내고 상회로 달려갔다.

선물을 소중하다기 보다 안 들키려고 동생과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삼촌 방으로 숨어들었다. 당시에는 벼랑

예쁜 포장지도 없었고 있었다 해도 그것을 살 요량을

못 했다.

대신 신문지에 싸고 또 싸고 해서 모양이 좀 우스꽝스럽게 생겼을 뿐 우리는 어쨌든 선물을 사서 만들어 장만했으니 정말 너무나도

기뻤다.

둘이서 호들갑을 떨며 키득

거리고 있자니 조부모님 방을 아직 손도 안 대고 있는 나를 찾아 삼촌 방을 들이쳤다.

늘 틀면 나오는 라디오 소리마냥 호된 소리를 하고

계셨다. 둘이는 싱글 생글 거리며 그런 엄마 앞에

신문지 뭉탱이를 내 밀었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

그 소리에 엄마는 어리둥절하고 뭣엔가 심히

충격을 받으신 듯 했다.

아주 특이하고 이상한 표정으로 신문 꾸러미를

찬찬히 풀어 보시더니 웃음 반

눈물 반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가 태어나서 평생 처음 받은 선물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가 제일 많이 쓰는 거라서

동생과 같이 샀어,"

계속 눈물을 훔치며 웃었다.

"그래 선반에 올려놓고 쓰마_"

"어서 가서 할머니 방 치워라"

남동생과 나는 그날 이후 너무 행복 했다.

가족이 많아서 개울에 나가

빨래를 하면 늘 엄마는 조각비누들을 주물러 댔다

"엄마! 조각 비누는 걸레 빨 때

내가 쓸 거니까 우리가 선물한

비누는 엄마가 꼭 써!"

"그래, 알았다."

그때의 그 소중한 선물은

세탁비누 네 장이었다.

늘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 온다.

철이 없어 고작 선물 한 것이

세탁비누였다는 것이 부끄럽고 너무 어머니께 미안했다.

오늘의 생각(12.18.am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