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박 찬 현
대가족이 살던 집, 조부모님 슬하에 백부님 가족, 중학생삼촌, 우리 가족,
아마 초등 입학 전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양 갈래로 땋은
내 머리 단을 싹둑 잘라 고운
분홍색 봄 스웨터를 사기전이었으므로,
입학하면 아침마다 조모님이
내 머리를 땋아주는 번거로움을 덜고자 단발로
이발소에서 빨래판을 놓은 의자 위에 앉아서 코코블록 속 아이처럼 깍았다.
그즈음 엄마 생신이 돌아 올 무렵, 두 살 아래 남동생과 상의를 한답시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생각에 생각을 해 냈다.
지금이야 문밖만 나서면 이벤트에 맞는 선물은 얼마든지 고를 수 있는 세상이다.
그 당시에 동네 있는 거라곤
상회 밖에 없었고 또한 선물의
의미를 동화책을 통해 얻은
지식뿐이다.
예쁜 장갑은 엄마 분위기도 아니고 있다 해도 막일 할 때
쓰는 목장갑뿐이다.
진주목걸이, 그것은 엄청 비싸고 상회에도 없다.
머리 빗, 그것은 소지하고 계셨고 짧은 파마머리이다.
핸드백, 어휴 상상조차 못할
품목이고 그 또한 상회에는
없다.
그런데 둘이서 숙덕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호통을 치신다.
남동생은 공부하고 나는
각 방을 걸레로 닦으라는
명령을 내리며 바쁘게 지나갔다. 그때 '반짝' 생각이 났다
그래서 동생과 속닥거림을
끝내고 상회로 달려갔다.
선물을 소중하다기 보다 안 들키려고 동생과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삼촌 방으로 숨어들었다. 당시에는 벼랑
예쁜 포장지도 없었고 있었다 해도 그것을 살 요량을
못 했다.
대신 신문지에 싸고 또 싸고 해서 모양이 좀 우스꽝스럽게 생겼을 뿐 우리는 어쨌든 선물을 사서 만들어 장만했으니 정말 너무나도
기뻤다.
둘이서 호들갑을 떨며 키득
거리고 있자니 조부모님 방을 아직 손도 안 대고 있는 나를 찾아 삼촌 방을 들이쳤다.
늘 틀면 나오는 라디오 소리마냥 호된 소리를 하고
계셨다. 둘이는 싱글 생글 거리며 그런 엄마 앞에
신문지 뭉탱이를 내 밀었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
그 소리에 엄마는 어리둥절하고 뭣엔가 심히
충격을 받으신 듯 했다.
아주 특이하고 이상한 표정으로 신문 꾸러미를
찬찬히 풀어 보시더니 웃음 반
눈물 반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가 태어나서 평생 처음 받은 선물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가 제일 많이 쓰는 거라서
동생과 같이 샀어,"
계속 눈물을 훔치며 웃었다.
"그래 선반에 올려놓고 쓰마_"
"어서 가서 할머니 방 치워라"
남동생과 나는 그날 이후 너무 행복 했다.
가족이 많아서 개울에 나가
빨래를 하면 늘 엄마는 조각비누들을 주물러 댔다
"엄마! 조각 비누는 걸레 빨 때
내가 쓸 거니까 우리가 선물한
비누는 엄마가 꼭 써!"
"그래, 알았다."
그때의 그 소중한 선물은
세탁비누 네 장이었다.
늘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 온다.
철이 없어 고작 선물 한 것이
세탁비누였다는 것이 부끄럽고 너무 어머니께 미안했다.
오늘의 생각(12.18.am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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