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2. 2. 27. 15:59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에델바이스

이윤학

초승달이 설산(雪山) 높이에서

눈보라에 찌그러지면서 헤매는 것,

내가 얼마만큼이라도

너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창문보다 높은 골목길

발자국이 뜸한 새벽녘

설산 어딘가에 솜털 보송한

네가 있다기에 나는 아직도

붉은 칸 원고지에 소설을 쓰는 거다

너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너와는 이루어지는 소설을 쓰는 거다

곁에 있던 네가 내 안으로 들어와

이룰 수 없는 꿈을 같이 꾸는 거다

-시집『나를 울렸다』(문학과지성사,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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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2인칭을 인해서

이 풍경은 내면의 증거가 되고

실재가 아니라 소망적인 장면이 된다

‘곁에 있던 네가 내 안으로 들어와

이룰 수 없는 꿈을 같이 꾸는 거다‘처럼

가정법적 풍경이 된다

비록 실현 되지 않는 것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이루어지는 소설’을 쓰게 하는 이유가 된다

한 마디로 불가능성의 이유가

가능성의 진정한 이유이자 조건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는 바로 그런 것이다

에델바이스에 대한 소망적 상상이 정겹다

그것은 바로

‘초승달이 설산(雪山) 높이에서

눈보라에 찌그러지면서 헤매는 것‘은

‘내가 얼마만큼이라도

너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