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2. 2. 21. 07:27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둥글다

박해림

햇살이 비스듬한 저녁,

전철역 좌판할머니 등이 둥글다

검정비닐봉지를 건네는 손등

관절 꺾인 무르팍도 둥글다

나물 봉지를 받아든 손

덩달아 둥글다

골목길, 이끼 낀 담장, 털 곤두세운 고양이의 발톱, 낡은 목제의자에 몸을 내맡긴 노인, 맨드라미, 분꽃, 제라늄, 세발자전거…

오래 전부터 둥글다

한 줄기 쏟아지는 소나기

그 빗줄기 속을 뛰어가는 배달꾼의 뒷모습

일제히 쳐다보는 눈길들

모두 둥글다

-시집『바닥경전』(나무아래서,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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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차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대한민국에서 살아본 이들은 더러 경험해보는 일인데

어느 날 느닷없이 운명이 바뀐 사례가 어디 한둘인가

생각도 하기 싫은 이야기다

먹고 사는 일이 좋아졌는데 무슨 불평인가 하지만

먹고 사는 일만이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의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생각의 차이를 한쪽으로 몰아가는 못된 습성은

이제 치워야 한다

문화의 쳇바퀴 속에 갇히지 않으려면

무궁무진한 미래를 살아가려면 참으로 그러해야 한다

이 시 속에는 보여 지는 것들의 속성을 그대로 말한 것에 불과하다

둥글다는 것이다

둥글다는 건 보편적인 사고다

함께 하고 싶고, 다가가고 싶고,

배려하고 싶고, 어울리고 싶고, 오래 바라보고 싶은

모난 것도 닳으면 둥글어지지만 그러기까지

얼마나 마음 아프게 견뎠을까를 생각하면 소름끼친다

생각이 열려서 서로 소통이 되려면

자신을 먼저 열어야 하는데 상대 보고 열어라고 하면

그건 바른 순서가 아니다

생각도, 대화도 모두 둥긂을 닮아야 한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