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은빛강 2012. 3. 6. 18:41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봉평 장날

 

 

이영춘

 

 

 

 

올챙이국수를 파는 노점상에 쭈그리고 앉아

 

 

후루룩 후루룩 올챙이국수를

 

 

자시고 있는 노모를 본다

 

 

정지깐˚ 세간사 뒤로 하고

 

 

한 세기를 건너와 앉은

 

 

푸른 등걸의 배후,

 

 

저문 산 그림자 결무늬로

 

 

국수 올들이 꿈틀꿈틀

 

 

노모의 깊은 주름살로 겹치는

 

 

허공,

 

 

붉은 한 점 허공의 무게가

 

 

깊은 허기로 내려앉는

 

 

한낮.

 

 

 

 

˚부엌의 영동지방 사투리

 

 

 

 

 

 

-시집『봉평 장날』(서정시학,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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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회상하는

어느 봉평 장날의 풍경이다

시인은 이제 나이 들어

어머니가 경험한 세계로 직접 여행을 떠나본다

어머니를 떡 허니 시 속에 불러들여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고감의 차이가 시간의 연속이듯

삶과 죽음은 맞붙어 있는 것이라

시작과 끝의 관계처럼 늘 연속 선 상에 있는 것이다

 

 

국수의 올에서

세월을 읽어내는 시인의 시심이 곱다

노모의 깊은 주름살로 보는 눈이 깊지 아니한가

 

 

봉평 장날에 가서

내가 먹어본 그 맛을

3월 1일이면 한 그릇 시 속에 담아 오시리라 믿으며

시하늘이 기다린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