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다락방

마음 집중 기도

은빛강 2017. 5. 13. 23:11

 

마음 집중 기도

 

 

 

구약성서를 보면 특별히 예레미야 예언서(31장)와 에제키엘 예언서(36장)를 통해서 하느님은 당신 백성들에게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성령을 보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이 약속은 성령강림 때와 그 이후 성부의 영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통해 내려지심으로써 성취된다. 다음의 성서 구절들이 이 사실을 잘 뒷받침해 준다.

 

“이제 여러분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므로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마음속에 당신의 아들의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갈라 4,6)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저에게 맡겨 주셨습니다. 아들이 누구인지는 아버지만이 아시고 또 아버지가 누구신지는 아들과 또 그가 아버지를 계시하려고 택한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루가 10,22)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너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믿지 않느냐?”(요한 14,6.10)

 

그리스도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로 향하기 위하여 우리는 때때로 일상적인 업무와 생활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독과 고요함 속에서 “은밀히 아버지께 기도하라”는 말씀을 실천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기도를 할 때에는 많은 말을 나열하거나 많은 양의 기도를 드리려고 마음을 분주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고요히 모아서 우리의 전존재를 하느님께 집중함으로써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일이 중요하다. 마음 집중 기도는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하느님 현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음 집중 기도는 상상과 지성의 모든 기능을 정지시키고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힌 상태에서 짧은 기도주문(祈禱呪文)을 반복하여 외는 기도 형식을 말한다. 기도주문은 거룩함을 표시하는 문구나 문장으로 되어 있으며, 단순히 하나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

 

기도주문은 동양 종교권에서는 전통적으로 기도와 묵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으뜸가는 방법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탄성(嘆聲 : mantra)의 기도를 자주 반복하여 외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기도주문은 결코 생소한 것이 아니다. 기도주문을 반복하여 외는 것은 그 주문이 표시하는 종교적 실재와 일치를 이루면서 그 실재를 인식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기도주문을 천천히 마음속으로 반복하여 욈으로써, 혹은 더 좋은 방법으로는 이 기도주문에 단순히 우리 마음을 집중시킴으로써 모든 생각과 언어와 형식을 초월하여 존재하고 계신 하느님을 체험하고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기도 형식은 인간의 물리적, 심리적, 정서적 작용을 모두 초월하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를 이루면서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와 하나를 이루게 한다.

 

 

마음 집중 기도의 방법을 여기에 소개한다.

 

※ 조용한 장소에서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하루에 두 번, 15분 정도씩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1. 먼저 믿음 안에서 자신의 마음속에 하느님이 임하시도록 기도를 드린다. 특별히 성령께 기도를 드린다. 기도하려는 자신의 노력과 열망에 하느님이 축복을 내려 주시도록 자유기도로 짧게 바친다(1분 정도).

 

2. 다음에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살며시 눈을 감고, 눈꺼풀 위에 자신의 주의를 집중시키며 눈꺼풀을 편안하게 한다. 그 다음,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서서히 가라앉히면서 자신의 턱과 안면 근육을 편안하게 한다. 이어서 신체의 다른 부분, 즉 목, 어깨, 가슴, 허리, 허벅지, 다리, 발 등으로 주의를 옮기면서 온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가 되게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체적인 준비 단계로서, 신체의 각 부분이 서로 일체가 되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3. 온몸이 편안한 상태가 되었으면,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집중시키도록 한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즉, 마음속으로 10을 세는데, 먼저 10부터 시작하여 9-8-7로 천천히 세어 내려간다. 이때 자신의 호흡을 의식하면서 수를 세면 마음 깊숙이 내려가는 데 도움을 준다.

 

7까지 세고 잠시 멈추어 ‘나는 지금 마음속 깊이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하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다시 계속하여 6-5-4로 천천히 세어 내려간다. 4에서 다시 멈추어 ‘마음속 깊이 내려가고 있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그리고 계속 3-2-1로 세어 내려가 1에서 끝을 맺는다. 여기에 이르면 우리는 내적, 외적으로 깊은 고요 속에 둘러싸이게 된다.

 

4. 마음이 깊이 가라앉게 되었으면, 기도주문을 선택하여 천천히 반복하면서 왼다. 자신이 좋아하는 기도주문을 선택하거나, 혹은 다음과 같은 것 중에서 하나를 택한다.

 

“하느님” “아빠-하느님” “하느님-사랑” “나의 주님-나의 하느님” “나의 주님-나의 예수님” “성부-성자-성령” “예수님-자비를!”

 

그 밖에 마음 집중 기도의 기도주문으로 옛날 동방 교회에서부터 널리 애용되어 온 ‘예수 기도’의 여러 정식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하는 것도 좋다.

 

‘예수 기도’의 완전한 정식은 “주 예수 그리스도여,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우리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이다. 이것을 짧게 줄인 정식이 “예수님-자비를”이라는 두 단어이다. 이 정식을 기도주문으로 사용할 때는 “예수님”하고 숨을 들이쉬고 “자비를”하고 숨음 내쉬면서 자연스럽게 호흡과 일치를 이루면서 기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호흡과 일치하면서 기도주문을 반복하다 보면 호흡은 점점 느려지게 되고, 의식도 점점 사라지며, 단어도 점점 불분명해지면서 오로지 정신만 맑고 순수해지게 된다. 몇 분 동안 이렇게 기도를 계속하면 우리는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한 상태에 놓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예수 기도’의 정식 중 가장 짧은 것은 ‘예수님’이라는 단 한 마디의 단어이다. 이 한 단어를 부드럽게 그리고 길게 반복하여 외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단순화하여 예수님의 현존에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데 큰 효과가 있다.

 

5. 기도주문이 우리의 의식에서 점점 사라질 때, 때때로 그것은 우리가 내적으로 깊은 심층의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느 정도 예수님과 인격적으로 대면해 있는 상태에 이르러있음을 뜻한다. 이때 우리는 영상과 같은 분명한 포착은 아니지만, 체험적으로 그분의 거룩한 현존을 느끼며 인식하게 된다. 바로 이 순간 우리는 주님 안에서 만족을 얻게 된다.

 

아! 이 고결하고 밝은 빛의 순간이여!

 

이러한 순간은 우리에게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 이 순간에 우리는 더렵혀져 있는 자신, 죄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며, 더욱 정화되어야 할 자기 자신을 보고 회개하면서 깊이 뉘우치게 된다.

 

이 기도 도중에 무엇인가를 깨닫거나 어떤 영상을 보게 되더라도 그것으로 마음을 흩뜨려서는 안 된다. 오로지 단순한 마음으로 고요히 기도주문으로 되돌아가야한다. 이 기도를 바치는 동안 우리는 깊은 생각과 형상과 이념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억지로 밀어붙이면서 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기도주문이 이끄는 대로 자기 자신을 맡기면서 따라가는 것이 기도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6. 기도가 끝났으면 천천히 자신의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주의 기도를 왼다. 그런 다음 조용히 눈을 뜬다.

이 기도를 오랜 시간 하다 보면 졸음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 졸음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잠시 기도를 멈추고, 등을 바닥에 대고 온몸을 쭉 뻗고 눕는다. 그 다음에는 손과 발, 신체 모든 부분의 힘을 완전히 빼면서 온몸이 축 늘어지도록 한다. 이런 상태로 몇 분 동안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다시 기도를 계속하면 졸음을 이길 수 있다. 실제로 경험을 해 보면 이 짧은 휴식이 긴 낮잠만큼의 효과를 가져다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기도는 심리적, 정신적 긴장과 압박감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다. 이 기도를 통하여 깊은 휴식을 얻을 수 있고, 마음이 상쾌해지고 활기를 띠면서 새로운 기운이 생긴다.

 

또한 이 기도를 통하여, 성령께서 직접 맺어주시는 열매를 얻게 된다. 즉,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갈라 5,22) 등의 열매이다.

 

이 기도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꾸준히 실천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이 기도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인내롭게 주님을 기다리며 꾸준히 이 기도를 실천할 때, 그리스도의 자비로운 보살핌과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우리의 영성 생활은 크게 진보하게 될 것이다.

 

 

(한국 순교자의 성모, 법원리 트라피스트 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