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2- 어른이 읽는 짧은 동화

은빛강 2017. 9. 12. 22:52

 

?어른이 읽는 짧은 동화?

-버스 비-

 

할머니는 오늘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파출부 일을 나가셨습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어둑어둑한 시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작은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남루한 행색의 남자가 주츰주츰 거리며

할머니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연신 할머니를 흘깃 거리며 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고 할머니께 말을 건넸습니다.

"저... 어... 기"

할머니는 흠칫 놀라며 그 남자를 돌아보았습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데 한 푼 주실 수 없나요?"

할머니는 파출부 일을 하고 나면 '소개소'에서

노동 임금을 통장으로 입금해 주기에

버스차비만 1천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가지고 있는 돈으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에게 돈을 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의 배에서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같은

"쪼르르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할머니도 예전에는 부유했던 가정이었으나 지금은

하루 벌어 먹고 살기에도 힘에 부치는 생활이 되었습니다.

그러했기에 배고픈 한기도 겪어 본 시간을 기억하며

그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손에 꼭 쥔 천원 지폐를

건넸습니다.

그 남자는 얼른 두 손을 내밀어 돈을 낚어채듯 받아들고

허리를 굽혀가며 '고맙습니다.'를 두어 번 내 뱉고

그 자리를 바람처럼 떠나갔습니다.

 

허기진 남자에게 돈을 주고나니 금새 밀려 오는 걱정 거리로

눈앞이 캄캄해져왔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 몇 대를 놓치고 나서 가슴 밑바닥에

있는 용기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버스기사에게 사정을 해보리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때 할머니 앞으로 택시 한 대가 다가와 섰습니다.

택시 기사는 할머니를 향해 "할머니 타세요!"

할머니는 주춤거리다 택시를 탔습니다.

집 앞에 내려서 차비를 가져다 줄 요량이었습니다.

택시는 굽이진 산동네 골목으로 운전해 가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양 기뻐했습니다.

그는 "평생 제 어머니를 한 번도 제 택시로 모시지 못 했거든요.

대신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분을 모시게 되서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택시 기사는 차비가 없다는 할머니 말에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는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할머니를 태워 드려야 겠다고

작정하였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 와 별이 내리는 지붕 아래서

피곤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방 안에 빛이 찬란하게 빛나면서

날개를 펄럭이는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좀 전 정류장에서 저에게 차비를 주어서 감사했습니다.

가진 것을 모두 줄 수 있는지 하느님께서 시험 하시라고

하셔서 그리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너무나 기뻐하셨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 말을 남기고 천사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 가운데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창조작품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 안에 계시고

내 안에도 계십니다. 행복하세요.?

2017. 9. 12.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