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3-어른이 읽는 짧은 동화

은빛강 2017. 10. 11. 17:18

 

?3-어른이 읽는 짧은 동화?

 

-오지랖 아줌마-

 

'오지랖'아줌마는 직장의 시계가 오후 6시에 시침이 걸리는 동시에

가방을 메고 발에 선풍기날개 돌리듯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 뒷자리에 앉아 가뿐 호흡을

가다듬고 저녁미사를 참례하면서 머리에는 저녁 찬거리 살 것을

메모하고 있는 중이다.

집중하지 못한 미사전례는 주마간산으로 끝났고, 시장으로 가기위해

서둘러 성당 문을 밀고 나왔다.

 

그런데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성당 마당에 한 여인이 돗자리를

펴고 있었다. 오지랖 아줌마는 늦은 시간에 모임이 있는가보다

하며 발길을 놓는데, 사람들이 수근수근 거리며 돗자리 펴는 여인을

한 번씩 힐끔힐끔 돌아보며 이내 그 자리를 떠나갔다.

평소 주변의 표정에 민감한 오지랖 아줌마는 가려던 발길을 멈추고

그 여성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성당 입구 옆쪽으로 성모상이 있고 그 앞에는 그다지 크지 않은

작은 마당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크고 넓은 마당이 있고

회랑이 있는 긴 복도도 있으며 여러 칸의 교실도 많다.

 

그런데 그 여인은 그곳에 돗자리를 펴고서 이부자리를 깔고

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이들도 모두 빠져나가고

오지랖 아줌마와 잠자리를 펴든 여인과 그녀의 어린 아이

두 명만 남았다.

 

"이곳에서 잠자려하신다면 한 밤에는 이슬이 내려 젖을 텐데요."

오지랖 아줌마가 참견하듯이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내일 햇볕에 이불은 말리면 되거든요."

그녀는 덤덤하게 말을 내뱉었다.

대화를 나누다 자세히 보니 안면이 있는 얼굴이었다.

오지랖 아줌마네 집 도배를 해주던 여인이다.

듣기로는 뇌수술을 하느라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알고 있었던 터라 내심 걱정이 오지랖의 끈을 잡고 밀려 나왔다.

"수술 하셨다더니 언제 퇴원 하셨어요?"

그녀는 울먹이며 퉁퉁 부은 손으로 눈을 닦았다.

"오늘 퇴원했어요."

"아니 오늘 퇴원해서 이러고 여기서 주무신다고요?"

"집에 물이 차서요."

며칠 동안 여름장마 속이었고 그녀의 집은 반 지하여서

온통 집안에 흘러넘친 빗물로 가재도구가 둥둥 떠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병원비도 부족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저수지로 변한

집 문제가 걱정이 되어서 퇴원을 했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도 문제이지만 우선 그녀는 환자이기에 오지랖 아줌마는

질색을 하며 자리를 걷기 시작했다.

"아이고 무슨 큰 일 치려고 이 찬 곳에서 자려고 하세요. "

"얼른 자리 걷어요."

그녀는 한사코 괜찮다며 자리 걷는 것을 막았다.

오지랖 아줌마는 환자의 지침서를 열거하며 자리를 걷고

아이들 손을 잡은 채 성당 대문을 걸어 나갔다.

 

그녀는 마지못해 오지랖 아줌마를 뒤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찬거리 사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그녀의 아이들 손을 잡고서

자신의 집으로 종종 걸어갔다.

그녀 부부가 도배해 준 집이니 낯설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야 작지만 어렸을 땐 여러 명이 한방에서 자기도 했던 기억이

아직 뇌 속에 잘 정돈 되어 있다.

 

집에 도착하자, 이번엔 방과 마루를 두고 잠 잘 곳을 실랑이하다가

오지랖 아줌마는 섬광이 스치듯 묘한 방법 하나가 튀어 올랐다.

"마루에 주무시는 대신 집에 물이 다 빠지고 원상 복귀가

될 때까지 이곳에 오셔서 주무시는 것입니다."

그녀는 그리하겠노라 약속하며 아픈 몸을 뉘이자 이내 잠이 들었다.

어린 아이들도 그녀의 품에 폭 안겨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며칠 낮에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저녁이면 잠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그녀의 남편은 창피하게 남의 집에 가서 피해를

주느냐고 닦달을 한 모양이다.

오지랖 아줌마는 사람이 살면서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나는데

그래도 큰일 생기지 않았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다독였다.

그 어려운 뇌수술을 하고 안정도 취하지 못한 채 몸과 마음이

고생하였으니 다른 일들은 신경 쓰지 않도록 해야 옳지 않느냐고

그의 남편에게 말을 전했다.

 

집안이 원래대로 복구가 되었고 그리고 얼마 지나서

결국 그녀는 또 다시 입원을 했다.

이번에는 꼭 완쾌해서 퇴원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정말 약속대로 건강한 몸으로 그녀는 퇴원을 하였고

그 후 성당이나 길거리에서 만나면 두 손을 꼭 잡고 기쁨의

웃음을 남겼다.

 

그녀는 오지랖 아줌마 귀에 나직하게 말했다.

여름이라 땀이 흘러도 뇌수술 후라 제대로 씻지 못해

냄새도 고역이었을 텐데 미안하다고 전했다.

오지랖 아줌마의 생각은 생명이 더 소중하지 냄새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 꼼꼼한 손길로 벽지를 예쁘게 발라주어서 두고두고

생각할 것이라는 말에 그녀는 활짝 웃어주었다.

 

*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동떨어진 사람들도 있지만,

세상에는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질성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그저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네모는 네모대로, 세모는 세모대로, 동그라미는 동그라미로

저마다 지어진 대로 사는 것이다.

다만 열심히 사는 것이다.

 

절대 다른 이에게 상처는 주지 말고 살면 되는 것이다.

자기와 다르다고 감정을 가질 일도 없다.

다르다는 것은 각 개인의 고유한 자율성일 뿐이다.

피를 나눈 형제자매도 다른데, 하물며 타인과 같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다.

 

그러나 자신 하나가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를 한다면

문제는 간단하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려 두는

노력과 끈기와 집요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은 곳 자신을 더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계기도 되고

어설픈 감정들 사이에서 분별력을 갖춘 중용의 시간도

얻게 되는 귀한 삶이되기도 하다.

 

나는 진정 타인을 받아 줄 준비가 된 것일까?

이것이 살아가면서 터득하면 좋을 일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기쁨이 희석된 나날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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