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새벽의 시간들

은빛강 2017. 11. 4. 06:00

 

새벽의 시간들

 

살다보니 기실 아무것도 내세울 일도 없는 것이

삶이고 본질이다.

심박동이 정지하면 산다는 모든 일도 멈추는 것이다.

오래 전 부친을 어떤 방법으로도 살려보겠다고

의료진과 신경전을 하였지만 바이탈체크기의 사인이

뚜욱 멈췄을 때,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박동을 확인까지 하였다.

그후 장례절차를 밟으며 생과 사의 중간에 서서

무감정이 되어버렸다.

삶의 장소로 돌아 와서야 절명이라는 의미를 받아드렸다.

 

사는 일이 대수로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지만

육신을 취한 생명은 온기를 잃으면 모두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하릴없이 산자의 손에 주검이 맡겨진 바에야 더 물어 무엇 하겠는가,

호흡이 콩닥콩닥 뛸 때, 자신 부터 잘 살 일이다.

대신 살아 줄 이도 없고, 대신 죽어 줄 이도 없다.

허니

오해가 산더미처럼 쌓인다해도 버려 둘 일이고

미움이 태산 같아도 잊어야 한다.

왜냐면

우리에게 유일하게 남은 영혼의 구제를 위해서이다.

평소 오해를 유독히 많이 쌓아두고 있지만

나서서 해명하는 그 자체가 구차하고 싫다.

성서 말씀처럼, 행하는 대로 그대로 두라는 귀절이

늘 생각 나서이다.

 

그러고 보니

버리고 정돈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그 역시 그렇게

남겨질 것이다.

 

매일 새벽 간절하게 잘못을 빌다 깨어난다.

어떤 영혼으로 구제 될지는 모르지만

마음 저변에 아직 씻겨지지 않은 것들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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