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어른이 읽는 짧은 동화]
-천둥 번개 사제-
어느 성당에 성격이 매우 급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사제가 있었다.
어느 날 '토마토' 여인이 고백성사를 보기 위해서 고해실 앞에 줄을 서 있었는데, 고해를 보려던 젊은 남성이 양쪽으로 길게 늘어 선 줄을 왔다 갔다 하더니, 급기야 양쪽 고해실 문까지 활짝 열어보기 시작했다.
마침 고해를 마치고 나온 곳에 순서가 된 사람이 들어 갔는데도
혹시 비어 있는가하여 또 활짝 열어보더니 실망과 조급함이 겹친 모습으로 성당 문을 빠져나가 버렸다.
그가 나가고 바로 토마토 여인 차례가 되어 고해실 문 앞에 서게 되었는데, 갑자기 고해소 사제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벌겋게 열이 오른 사제가 손을 하늘로 치켜들며 토마토 여인에게
"사람이 있으면 기다릴 것이지 왜!
문을 벌컥벌컥 열어서 분심들게 하는 거요!" 라며
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늦게 온 신자들은 영문을 몰라서 토마토 여인을 훑어 보기 시작했다. 정작 혼줄이 나야할 인물은 가버리고 없는 상황이었다.
또 어느 날은 마을에 나갔다가 성당으로 돌아 오는 길에
성당 담벼락에 만취한 사내가 방뇨를 하고 있었다.
그 현장이 목격되자 이 사제는 사내의 멱살을 잡고
단번에 머리로 박치기를 가해서 혼쭐을 내주었다.
부활절 판공성사를 주던 때에(사제 1분이어서 사순절 동안 고해)
토마토 여인 앞자리에 있던 할머니가 고해실에 들어가자 몇 분도 채 안되어 화를 내며 고해실을 나왔고, 뒤 이어 사제가 손가락질을 하며 뛰쳐 나왔다.
"할망구가 죄도 없다면서 왜! 고해는 뭣하러 보러 왔소!!!! "
내용인 즉 며느리가 화나게해서 '며느리 탓'을 고해 보러 왔다는 요지이다.
또 어느 날 주일 교중 미사 중 앞 자리에 앉은 토마토 여인은
옆자리에서 중년 여인이 서너 살 즈음의 손자를 데리고 미사를
참례하면서 아이가 나대어도 신경을 끄고 있었다.
토마토 여인도 심기가 불편했지만 혹 불똥이 튈까 가슴을 조리고 있는데, 어김없이 사제는 중년 여인을 향해
"손자가 그리 이쁘면 집에가서 물고 빨든지, 깔고 뭉개든가 할일이지 원!!! "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다 귀하다고 하지만 정도것 해야지!!!"
일순간 성당 안이 조용해졌다.
어느 주일엔가에는 이웃동네 여인이 미사를 참례하던 중
사제의 정치론과 매끄럽지 못한 언어의 강론에 큰 소리로
"사제가 정치를 언급 하느냐!" 반박을 하며 성당을 빠져 나가고 있었는데,
그를 향해 "가다가 전봇대에나 콱 부딪혀라!!!!!"
그 후 성당 증축 문제로 신자들과 부딪힘이 크게 일어나던 날 ,
토마토 여인은 감실조배를 하러 성당에 들어 가던 중 성당 밖에서 신자들이 사제를 향해 험담과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성당 증축 기금의 횡령설이었으나 뒤늦게 알려진 진실은 일부 금액을 사제가 지불 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성당 문을 밀고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곳에
사제는 장백의를 걸친 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화를 참지 못 한 날에는 거의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토마토 여인은 사제의 표현 방법이 서툴러서 그렇지 매사 옳은 지적들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주일 미사가 끝날 때,
미사강복을 긋는데 사제는 작은 체구로 작은 성호를 그었고,
그 사제 뒤에 선 큰 남성은 손끝에 라이터같은 불을 다섯 손가락 끝에 켜고서 아주 크게 성호를 좌측. 정면. 우측에 긋고 있었다.
때로는 사제가 앉은 정수리 위와 감실 사이로 비취빛 비둘기가
빙빙 배회 하기도 하였다.
작고 큰 일들은 많았지만 그 사제의 마음에는 아주 맑은
미소와 수즙음이 피고 있음을 보았다.
토마토 여인은 절대 사람의 어느 한 면만을 봐서는
안된다라는 것을
그 사제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제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불러서
조물하신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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