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오래된 이야기-7

은빛강 2008. 12. 1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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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오게네스처럼 [현대시]
 

등록일  2002-01-08 00:00:00
조회수  106회

 

 

 

 

 

한 오라기 햇살 받으며
아테네 학당
아무 계단에나 앉아서
노안의 주름을 더욱 접으며
여유를 읽고 있는 디오게네스

그처럼 살수는 없을까
실속없이 투자한 생애
아픔 육신을 반추해 보거나
떠난 그 모든 것들을
진부한 미련으로 들추이거나
더디게 좁혀지는 잔생향한 투정
비열하게 느껴지는 초침마저
미덥지 않은 시간으로 유추되기에
차라리 빈 껍데기로
빈손을 털며 그렇게 살순 없을까

왠 그리움의 비애가 그리 많은지
왠 일상 권태와 병고가 그리 많은지
그것들은 늘 그림자로 발끝에 누운 공허

한 오라기 햇살 받으며
아테네 학당
아무 계단에나 앉아서
게으른 빈 종이 위에
과묵한 콘테를 뭉게듯
시공의 바람으로 살순 없을까 (96. 7)

[98.해동문학. 제주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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