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풀잎

은빛강 2009. 6. 8. 11:13

풀잎

                                                                                             설록 박 찬 현

낡은 잔상 속에 누운

친구의 얇은 초엽이

오늘 문득 기억의 물결 가르고

유영 해 오는

 

삶의 종착역 개찰구를 지나

어른거리는 이승을

훠이 훠이 떠나던 그

 

세상 속에 머리 내어 밀 때

조촐한 축복이었고

어미의 산고만 있었을 뿐

맺힌 이슬은 해맑았다

 

21세기 삶의 종착역은

좁혀진 어깨사이로

밀려 든 겹겹의 마른 초엽들

 

나이테가 더한 만큼 담담한

그렇게 너나 모두 가야 할 곳

새벽이슬 품은 풀잎들 마냥

간밤의 긴 꿈

 

그 잠에서 깨어 난 날

우리는 한 줌 재로 가볍게 날아

어느 초야에 머무를까

 

품을 이슬 한 방울도 없이......,

 

유월에 떠나 간

고인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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