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설록 박 찬 현
낡은 잔상 속에 누운
친구의 얇은 초엽이
오늘 문득 기억의 물결 가르고
유영 해 오는
삶의 종착역 개찰구를 지나
어른거리는 이승을
훠이 훠이 떠나던 그
세상 속에 머리 내어 밀 때
조촐한 축복이었고
어미의 산고만 있었을 뿐
맺힌 이슬은 해맑았다
21세기 삶의 종착역은
좁혀진 어깨사이로
밀려 든 겹겹의 마른 초엽들
나이테가 더한 만큼 담담한
그렇게 너나 모두 가야 할 곳
새벽이슬 품은 풀잎들 마냥
간밤의 긴 꿈
그 잠에서 깨어 난 날
우리는 한 줌 재로 가볍게 날아
어느 초야에 머무를까
품을 이슬 한 방울도 없이......,
유월에 떠나 간
고인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