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이야기/건강이야기

‘마음의 암’ 미움까지 떼내고 용서 ‘선물’ 받아

은빛강 2010. 1. 13. 14:10

‘마음의 암’ 미움까지 떼내고 용서 ‘선물’ 받아
 
5년새 2차례 암 이겨낸 김상윤씨
편도선암 고치고 한숨 돌리니 다시 설암 덮쳐
마음 바꾸니 진료 갈 때 소풍같은 설렘마저…

 
 
sasassss copy.jpg자신의 병이 암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큼 두려운 일이 있을까요? 어떤 이는 의사로부터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사형선고를 받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고 말합니다. 많은 이들이 암을 치료하기에 앞서 먼저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김상윤(49)씨는 최근 5년 동안 두 차례나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씨가 자신의 몸에 암세포가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2004년 12월23일.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오른쪽 목에 혹 같은 게 만져졌다고 합니다.
 
“아침에 세수할 때도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전날 송년회식을 한 뒤라 피곤해서 편도선이 부었나 생각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는 편도선염 같다며 약 처방을 해줬습니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습니다. 큰 병원에서도 편도선염이라고 했습니다. 치료를 받았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달쯤 지나 서울대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곧바로 조직검사와 자기공명단층촬영(MRI)을 하자고 했습니다. 편도선암이었습니다. 림프샘에 전이가 되어 3기라고 했습니다.
 
가슴이 덜컹…두려움보다 앞선 건 가족 걱정 
 
“가슴이 덜컹했어요. 가족 가운데 암은커녕 고질병에 걸린 이도 없는데 제가 암이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하지만, 그가 암환자라는 것은 이미 현실이었습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남아 있는 가족들 걱정이 앞섰다고 합니다. 먼저, 자신의 재정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예금은 물론 빌려준 돈까지 따져봤다고 합니다.
 
“다행히 아이들 학교는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은 안심이 되더군요.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를 두고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출퇴근 길에 차 안에서 많이 울었어요.”
 
병원에서는 수술에 앞서 항암치료를 먼저 해보자고 했습니다. 다행히 항암제가 잘 들어 수술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두 달가량 항암제를 맞고 이어 방사선 치료를 했습니다. 치료는 성공적이었습니다. 2005년 6월 담당의사로부터 ‘관해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관해란 암처럼 치료가 어려운 질병의 증상이 거의 소멸한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김씨는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면서 자신이 암에 걸린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가족력은 없었고, 운동을 적게 하고 삼겹살과 소주를 즐겼지만 자신의 삶에서 특별히 암처럼 큰 병에 걸릴 이유는 없어 보였습니다. 주위 사람들 가운데 자신보다 술과 고기를 더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도 건강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생활습관을 바꿨습니다. 먼저, 술과 담배는 완전히 끊었습니다. 식단은 현미 잡곡밥과 나물 반찬을 주로 짰습니다. 또 화학조미료와 같은 식품첨가물이 든 음식을 먹지 않기 위해 외식은 가급적 삼갔고 점심도 집에서 싸간 도시락으로 해결했습니다.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마침 집과 사무실 근처에 산이 있어서 하루에 1시간 이상 걸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169㎝에 82㎏이던 몸무게를 65㎏까지 줄이니 몸이 가벼워졌고 피로감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김씨는 여전히 암이 걸린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돌아보니 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 같았습니다. 정부 산하 연구원에서 일했던 그는 1996년 선후배 동료와 함께 회사를 만들어 일하면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회사 영업이나 경영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원인은 대인관계였습니다.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 있었어요. 나만 올바르게 일을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사람과 부딪히게 되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제가 주로 꾹 참는 성격이어서 화를 억누르고 산 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신앙생활도 큰 도움…“세상엔 참 감사할 일 많아”
 
다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는 법, 김씨는 자신이 마음을 바꿔 먹기로 했습니다. 미워했던 이들을 용서하기로 한 것이지요. 아픈 뒤 다시 찾게 된 성당에서의 신앙생활이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바꿔먹자 삶이 달라졌습니다.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이 눈에 들어왔고, 다른 이에게 양보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병원에 오가는 기차에서는 청소하는 이들을 생각해 쓰레기를 챙겨서 내렸습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게 기뻤습니다.
 
“세상에는 참 감사할 일이 많더라고요. 병을 통해 이를 알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렸습니다.”
 
하지만, 암은 또 찾아왔습니다. 2007년 9월쯤이었습니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혀가 아팠습니다. 방사선 치료받다 혀에 상처가 생겼는데 그 부위가 아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두 달가량 참고 지내다 병원에 갔더니 혀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1기였습니다. 담당의사는 ‘넉넉하게 3㎝가량을 잘라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두 번째로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담담했다고 합니다. 동네 뒷산에 올라가서 하느님께 물었습니다. 왜 또다시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요. 산에서 내려올 때 이 또한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암세포가 더 자라기 전에 서둘러 수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병원에서 진료 예약을 할 때 순번이 밀릴 수 있음에도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다른 환자를 돕는 마음의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진료를 위해 서울에 갈 때 소풍갈 때와 같은 설렘마저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갖자 도리어 진료 예약이 빨리 됐고 곧바로 수술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경과도 좋아 지금은 정상인과 다름없이 건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의학적으로 완치라는 판정을 받기 까지는 3년 여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의 운명을 하느님께 모두 맡기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저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용서했어요. 하지만, 그분이 행복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들어야 참된 용서라고 하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안되네요.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진심으로 그런 마음이 들겠지요.”
 
대전/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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