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잡이/문학인의 방

김송배 시인-좋은 시를 위한 바른 길 안내자

은빛강 2010. 3. 4. 15:36

김송배 시인-좋은 시를 위한 바른 길 안내자

김송배 시인은 인터넷에서 인기 절정의 시인이다. 그의 시는 무수히 돌아다니며 누리꾼들의 인기를 구가하지만 특히 그의 20여회에 걸친 시창작 강의는 시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이리 저리 퍼 날라져 카페와 블로그, 플래닛 등을 장식하고 있다. 김송배 시인을 안지는 오래되었지만 인연을 맺은 것은 몇 년 전, 스토리문학 출신의 박정연 시인이 선생에 대한 근황을 소개하고부터다. 그 후 지난해 말 캐나다에 사는 김숙경 시인이 시집을 내게 되면서부터 더욱 선생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김숙경 시인은 스토리문학 등단작가로 필자가 운영하는 도서출판 문학공원에서 시집 『시월애』 출판시에 그 작품해설을 김송배 선생께 부탁했기 때문이다. 많은 문학행사장에서 자주 뵙고 인사는 나누었지만, 그 일로 인해 더욱 가깝게 되고 진즉에 메인스토리에 응해주실 것을 부탁드리니 흔쾌히 승낙하신 터였다. 

시인께서 바쁘시거나 본사 측과의 일정이 맞지 않아 몇 번의 일정조정 후에, 드디어 3월 5일 뵙기로 했다. 지난 달 김남환 선생을 만난 자리가 신촌의 현대백화점 로비였는데, 공교롭게도 또 그 자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보니, 우연은 필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란 성현들의 말씀에 공감이 간다. 본지 주간이신 지성찬 선생과 미리 만나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김송배 시인이 백화점 앞으로 걸어오신다. 우리는 반갑게 조우를 하고, 김송배 시인이 안내하는 커피숍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랬더니, 지난달에 김남환 시인을 취재를 하였던 그 카페가 아니던가? 주간 선생과 나는 웃으며 2층으로 따라 올라갔다. 오전인지라 아직 손님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로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우리 일행은 각자 커피와 대추차 등을 시키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선생은 그간 KBS문화센터 등 여러 곳에서 시창작 강의를 해 오신 분이기에 시 이야기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네버엔딩 스토리마냥 끊임없이 이어졌다. 老 시인에게 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환타지 소설보다 재미있다. 우리 일행은 장소를 근처 한 중국음식점으로 옮겨 이야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은 의성김씨로 경순왕의 아들이며 고려 태조의 외손인 석錫을 시조로 하고, 그의 후손 용비龍庇·용필龍弼·용주龍珠 형제대에 이르러 세계가 갈린다. 용필계에서 대제학·학자 안국安國, 참판·학자 정국正國 형제가 나왔고, 용비계에서 부제학 성일誠一, 대사헌 우옹宇勒 등이 배출되었다. 서울의 인사동으로 향하는 역이 있는 안국동의 지명은 김안국 선생의 이름을 딴 지명이다. 의성김씨義城金氏인 근세 인물로는 학자 흥락興洛, 독립운동가·유학자 창숙昌淑 등이 있다. 2000년 인구조사에서 7만 9368가구에 25만 3309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생은 시조로부터 31세손이며 괴정공파이다.(네이버 검색)

김송배 선생의 할아버지는 한학자였다. 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명심보감, 소학 등을 할아버지께 익히기도 하였는데, 그런 면학 가풍이 김송배 시인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송배 선생은 1943년 경상남도 합천에서 아버지 김추담金秋潭(작고) 선생과
어머니 김악이金岳伊(작고)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처 오수남吳守南 여사와의 사이에 큰딸 태경(명지전문대,세종대 겸임교수), 둘째딸 은정(결혼) 등 두 딸이 있다. 

김송배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간 노력하는 모습으로 많은 시인에게 귀감이 되어온 시인이다. 무엇으로도 노력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시인은 몸소 실천하는 양심으로, 편법은 잠시는 통할지 모르나 인생 전반을 지배할 수 없으며, 술수는 몇 사람의 마음에 들 수는 없으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려면 진실뿐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필자는 김송배 시인과 지성찬 시인을 보면서, 누구나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두 분의 정의로움과 좋은 작품으로의 노력에 크게 배운다. 이에 김송배 시인과의 대화를 대화체 형식으로 실으며, 독자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호칭은 생략한다.

 

김순진 : 선생님!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위원장 일을 맡으시면서 많이 바쁘실 텐데, 이렇게 저희 스토리문학 독자를 위해서 메인스토리 취재에 응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우선 선생님께서는 시인이시니까 시에 대한 질문을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시는 어떤 예술이라 생각하시나요? 또 어떤 점을 중시해서 공부해야 할까요?

김송배 : 시는 언어예술입니다. 시를 공부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필요로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시인은 언어의 마술사이죠, 모든 장르의 문학이 언어를 매체로 하지만, 시는 시인의 마술적인 요소인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좋은 작품이 창조되는 고도의 언어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박목월의 「나그네」, 조지훈의 「승무」,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김광균의 「뎃상」, 윤동주의 「서시」, 김춘수의 「꽃」, 그리고 이형기의 「낙화」 등을 읽고 이미 시와 언어의 불가분성을 인정하면서 그 서정적인 언어의 묘미에 취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지성찬 : 자주 만나니 정이 더 두텁게 드는 것 같네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이나 부모, 형제 이야기를 써냅니다. 그런 것은 시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아와 고향은 상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김송배 : 현대시의 표정에서 시인의 자아 인식 과정을 설정하는 예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시인이 삶의 궤적軌跡에서 도출하려는 시정신이거나 시인의고매한 정서의 일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성이 연결되는 사람을 통해서 시인들은 존재라는 거대한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고 자아의 인식을 통해서 무한한 상상력을 여과濾過하면서 작품 창조에 많은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한 인생의 영위가 탄생에서 소멸까지라면, 우리는 존재의식을 통한 자아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는 것은 어쩌면 시인의 소명召命을 충실하게 이행하려는 또 다른 고뇌의 일단인지도 모르겠네요.

김순진 : 향수와 그리움은 같은 종류군요. 우리는 그리움을 어떻게 표현해내고 수용해야 할까요?

현대시의 발상은 한 시인의 정서에 다라서 다르게 착상着想되지만, 대체로 그 시인이 당면한 입지적 조건에서 파생된 정서의 지향이 어느 시점視點에 근거하고 있는지도 작품의 성향이나 주제의 설정에 큰 관련을 갖게 됩니다. 일찍이 워즈워드가 ‘시는 힘찬 감정의 자연스러운 범람’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이와 같은 한 시인의 골 깊게 천착穿鑿한 정서의 일단이 시로 형상화하는 데는 시인의 ‘힘찬 감정’, 바로 시인이 골돌하게 사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현재 사유의 늪에서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리움’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여과하면서 자위하는 현상은 어쩌면 심리적인 전환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근본적인 치유의 효능을 갖지 못합니다. 그것은 작가에게 각인된 체험(직접이든 간접이든)은 절대로 소멸하지 않는다는 지론持論이 더욱 ‘그리움’을 시적으로 승화하는 동력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지성찬 : 평소 감수성이나 낙서 등은 시인이 되는 데 연관이 있을까요?

김송배 : 인간은 누구나 감수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때가 있습니다. 막연하나마 어떤 정신적인 동경이나 갈망이 솟구쳐서 이를 표현해 보려는 의욕이 일어나서 종이에 낙서를 하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데 이러한 표현 욕구는 시를 쓰는 목적이나 그 뜻을 분명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다만, 마음의 공허를 채우기 위한 습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쓰여진 시란 다분히 자기 본위의 일상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앞날의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청춘의 감성은 대체로 자기자신의 내부적인 세계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적인 세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불안감의 표시로 봐야하며 이러한 표현의 욕구는 언젠가는 새롭게 발견되어질 미(美)의 세계에 대한 예술적 탐구정신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시인으로서 살아간다.’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시적인 표현 욕구는 시를 쓰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잠재한 내외적 세계의 조화로서 표현의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를 쓰는 일은 사회적 불안이나 내 자신의 불안 등 여러 형태의 모순들이 보다 안정되고 보다 차원 높은 세계의 갈망이나 희구, 또는 향수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김순진 : 주제는 대체로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을까요?

김송배 : 현대시의 주제는 대체로 우리 인간의 삶과 상관성을 가지게 됩니다. 존재의 이유에서부터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우주에서 생성되는 모든 사물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가장 근접하면서도 심도 있게 고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보편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삶의 형태나 삶의 형식을 통해서 획득한 사유는 시인의 상상력에 크게 작용하여 시정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삶의 이상은 오직 미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상상과 이해를 가능케 해주는 능력, 그것은 오직 미적인 직관뿐이라는 말이 시의 본령에서 논하는 진선미眞善美의 추구나 탐색과 동류의 개념을 갖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들의 경향이나 그 흐름을 보면 대체로 작품이 내포한 의미적인 요소, 즉 주제(Thema)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그것은 작품의중심이 되는 사유思惟나 사상 등의 내용을 말하는데, 이는 주제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표현을 정비하고 발전시키면서 이미지를 명확하게 하기도 하지요. 이처럼 주제는 시인의 발상에서부터 작품의 형성과정 그리고 완성까지 시인의 강열한 메시지가 함축되므로 시정신(Poetry)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작품을 창조할 때 시인의 고양高揚된 정신, 이것은 지적이면서 숙성된 자의식의 투영投影이며, 그것이 곧 시인의 인생관이나 가치관과 상응相應하여 인본주의(Humanism)의 탐색으로써 진선미를 창출하는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지성찬 : 그럼 시에서의 상상력은 어떤 기능을 갖을까요?

김송배 : 현대시의 원료가 되는 상상력은 그 시인이 체험한 시간과 공간, 즉 삶의 궤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인의 상상력(Imagination)은 과거에 체험된 그 어떤 동기(Motive)가 되는데, 시는 이런 것들의 기능을 살리고 언어의 감촉으로 표현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언어의 감촉은 다시 심상적心象的인 세계, 곧 이미지를 창출創出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체험은 시간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시인이 지나온 시간 속에서 재생한 상상력이 소중한 메시지와 함께 창조적으로 현현顯現되어야 비로소 한 편의 시로서 모습을 드러나게 되는 것이지요. 대체로 시적 동기나 이미지의 성립은 시인의 체험을 성립시키는 대상의 존재와 대상의 사물을 실재적인 것보다 순간적으로 다양한 흔적들이 요약된 영상이며 심리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심리적인 현상들이 시인의 사유와 결부된 시적 소재와 연관성을 갖게 되며 시심의 충동이 되고 시작의 동기가 되는 것입니다. 시인들은 이러한 동기를 정리하고 또 풍부하게 발전시켜서 표현하게 됩니다. 물론 시의 경우도 시인의 체험의 깊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주제와도 연관이 되는 시 형성상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김순진 : 시에서 인간의 삶과 생명은 어떻게 표현되고,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김송배 : 시인들은 작품을 통해서 존재를 인식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성을 중시하게 되는데, 이는 보편적인 삶의 궤적軌跡을 살피면서 시인의 지적 상상력을 투과透過하여 전재의 의의를 추출하는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려는 습성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의 중심축에는 언제나 생명에 대한 새로운 향기를 재상기하거나 생명의 존엄성을 재발견하는 순정적 이미지가 작품으로 승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일찍이 매슈 아널드가 ‘시는 인간의 가장 완벽한 이야기’라고 말한바와 같이 인간은 시에서 진리를  말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가장 완벽한 이야기’일지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일시적인 형식에 의해 인간 존재의 보편적 성질을 상상하려는 시도(스팬더의 말)’가 없다면 한 시인의 독백으로 읽고 말 것입니다. 이렇게 시는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기에 생명성을 배재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현존의 삶에 이르기까지 그 생명과 함께 존재를 인식하는 시인들의 인생관과 가치관의 승화는 그 시인의 영원한 진실로 남게 될 것입니다.

지성찬 : 시를 처음 쓰는 초심자들에게 해줄 말씀이 있으신지요?

김송배 : 처음부터 시라는 틀에 얽매이지 말고 아주 자유스러운 마음으로, 그냥 메모하는 식으로 써야 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일에 대하여 감동했던 것이나 마음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일들부터 자신의 생각으로만 하나씩 적어 봅니다. 어떤 형식에는 구애받지 말아야 합니다. 설령 문체나 형식이 일기문이 되거나 편지글이 되거나 상관없이 글로 옮겨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를 읽고 난 후에 내 생각을 가미하여 모방해보려는 의지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때에 부딪치는 어려운 점은 언어의 부족입니다. 물론 언어뿐만 아니라 표현방법이 여러모로 서툴지만 읽고 생각한 자신의 진실을 글로 적어봄으로써 자기 세계가 열리고 시 쓰기에 대한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시 쓰기에는 유형有形적인 소재이거나 무형無形적인 소재이거나 간에 많이 느껴본 습성이 중요하지만 이 느낌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는 느낌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느낌이란 많은 형태의 감정으로 나타납니다. 이 느낌이 깊은 곳에서 받아들여 미적인 감정과 미적인 언어의 조화로 한 편의 시 작품이 창작되는 것입니다. 시는 그 시인의 고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신 앞에서 하는 속임 없는 고백이어야 합니다. 구약성서의 시편만이 아니라, 무릇 시는 시인의 심정을 토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시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그것은 신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의 말처럼 어떤 소재에서 느낀 솔직하고 진지한 자기 진실이 글로 표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순진 : 오늘 이렇게 긴 시간동안 저희 월간 스토리문학 독자들을 위하여 시간을 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5년 동안 저희 스토리문학 출신 문인들이 많이 배출되어 문단에 나왔습니다. 전에는 작고하신 박곤걸 선생께서 한국문인협회 회원을 추천해주셨는데 이젠 선생님께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품이 좋은 사람만 내보낼 테니 적극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송배 : 저도 오랜만에 지성찬 선생도 만나고 김순진 발행인과 대화를 나누게 되어 너무나 기뻤습니다. 스토리문학 출신들이 들어온다면 책임지고 추천서를 써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김순진 : 고맙습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입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여 최고의 문학지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여기서 취재를 마치고 독자를 위하여 김송배 시인의 시 3편을 싣는다.

저문 강가에서 혹은 감상적 외 2편

김송배

저문 강가에서
그대가 감상에 젖어 있을 때
강물은 미지의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강물의 꿈은 진실로 투명하지만
그대가 질겅질겅 삼켰다 뱉어내는
눔물 섞인 언어는 보이지 않는다

강물 가득 그 푸른 꿈
강 가득 다시 번지는 노을빛 사이 머누는
그곳은 어디일까
언제쯤일까

강가에서 그대가 지극히 감상적일 때
강물은 이미 날저문 침묵으로 저만치 흘러
어느새 영혼만 손짓하고 있는데…


백지를 위하여

김송배

긴 겨울밤
불 끄지 못하는
그대 뜨거운 마음 한 쪽은
하얗게 비워두리라

가장 쓸쓸한 것들만 한 장씩 찢어내는
그대 곁으로 사랑의 늙은 노래
한 소절만 띄워 보내리라

흔들리는 창밖
이 밤을 밀어내는 빗소리
은밀한 기억을 태우고
젖을 대로 젖어버린
하얀 마음 한 쪽은

그냥 비워두리라 하얗게 비워두리라


풀꾹새 울음

김송배

무지개 지우고 떠난
풀꾹새 울음소리
밤 되면 고향 먼 에움길에 깔리는데
제 마음으로 남아
어느날 바람이 된 텃밭 감나무
주저리로 달려있는 떫은 전설은
오뉴월 불볕 잘도 견딘
구름 한 조각 가슴 깊이 묻어 두고
따갑게 흘러간 시냇물 속
오늘도 찾지 못한 무지갯빛
아픈 그림자들만
빗속에서 헤어지고
젖은 채로 지워지고
초가지붕 위 하얀 박꽃잎 하나
풀꾹새 울음으로
가슴 앓은 소리여


김송배 시인 연보

1943 경남 합천 출생 
1966 육군 만기 제대 
2001 중앙대 예술대학원 수료 
1983 검인정교과서출판 (장왕사) 교정부장 
1983 월간<심상>신인상 시부문 당선 
1987 한국문인협회 회원-<월간문학> 편집위원. 사무처장 역임 
1987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현) 
1988 한국수필가협회 회원(현) 
1987-2005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근무 - 사업부장, 총무부장, <예술세계>주간 역임 
1988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현) 
1993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원(현) 
1995 <심상> 편집위원 역임 
1996 성남문예대학, 문협문예대학, 그레이스백화점문화센터, 삼성반도체주부문예대학, 경기대사회교육원 시창작반 강사 역임 
1998 서대문문인협회 부회장(현) 
1998 신촌문화제 운영위원 역임 
1999 한전백일장, 한국마사회백일장, 마로니에주부백일장, 여성문예원주부백일장, 마로니에청소년백일장, 마포백일장, 신촌문화제청소년문학상, 하나은행여성백일장, 밀레 21 싸이버문학상 심사위원 역임 
1997-2006 KBS 방송문화센타 시창작반 강사 역임 
2000 심상시인회 회장, 응시동인, 청시동인, 합천문학회 회원(현) 
2000 <예술세계>, <한맥문학>, <순수문학>, <문학세계> 신인상 추천심사위원(현) 
2007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현) 
2007 청송 시창작아카데미 주임교수(현) 
2008 동두천문협 시창작 강사(현) 

수상경력 
윤동주문학상, 평화문학상, 영랑문학상대상, 조연현문학상 수상.

시집
 『서울허수아비의 수화』,『안개여, 안개꽃이여』,『황강』,『혼자 춤추는 이방인』,『시인의 사랑법』,『꿈, 그 행간에서』,『여백시편』 등 9권

산문집
『시인, 대학로에 가다』 등 3권,

시론집
『화해의 시학』,『성찰의 언어』,『여백의 시학』,『시가 보인자 시인이 보인다』,『존재의 원형』


[월간 스토리문학 2009년 3월호 '메인스토리' 수록]

■ 김순진
△시인·소설가
△월간《스토리문학》발행인
△도서출판 문학공원 대표
△저서 『광대이야기』외 7권